빛공해가 가장 적은 곳으로 알려진 나미비아 아마추어천문대의 밤하늘. 왕립천문학회 제공
전 세계 주요 천문대의 4분의 3이 빛공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칠레, 갈리시아(스페인 자치지역) 공동연구진은 지름 3미터 이상의 망원경을 갖춘 28개 주요 천문대 가운데 21개 천문대의 천정 방향 밤하늘 빛공해가 자연 조도의 1%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에 발표했다. 1%는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빛공해의 기준선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전통적인 머리 위 하늘의 밝기 외에 수평선 위 30도, 10도 고도와 하늘 전체의 평균 조도, 인공조명에 의한 지면 조도 4가지를 추가 분석 지표로 삼았다. 연구진은 머리 위쪽은 밤하늘에서 빛공해가 가장 덜한 지역이기 때문에 추가 지표를 활용해야 인공조명이 밤하늘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 빛공해가 가장 심각한 방향은 수평선 위 30도였다. 이 각도의 하늘에서 빛공해가 1% 이하인 곳은 28개 천문대 중 단 한 곳이었다. 빛공해 고민에서 자유로운 천문대가 거의 없는 셈이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 대형쌍안망원경천문대에서 본 빛공해. 왕립천문학회 제공
국제천문연맹은 1970년대에 주요 천문대의 수평선 30도 방향 인공조명 허용 한계치를 10%로 설정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대형 천문대의 3분의 2(28개 중 18개)가 이 허용폭을 넘어섰다. 미국의 주요 천문대 3곳은 모두 한계치를 넘어섰다. 반면 칠레 천문대들은 대부분 한계치 미만이었다.
당연하지만 천정 방향 하늘이 빛공해에서 가장 청정하다고 반드시 수평선 위 30도에서도 빛공해가 가장 적은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아니었다.
조사 대상 천문대 가운데 빛공해가 가장 적은 곳은 아마추어 천문대인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는 ‘티볼리천문농장’이라는 이름의 아마추어천문대였다. 남회귀선에 해당하는 위도에 있는 이 천문대는 해발 1362m의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파비오 팔치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곳에서는 관측, 촬영, 연구 용도로 아마추어 천문 애호가들에게 대여해주는 여러 망원경이 있는데, 최근 직접 가서 관측해본 결과 내가 본 것 중 빛공해가 가장 적은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정 방향 하늘의 빛공해도. 대부분이 1%를 넘어섰다. 왕립천문학회 월보
연구진은 천문대를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했다. 카나리아는 19세기 말부터 석탄 광산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 감지를 위해 탄광 갱도에 놓아두던 새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 가스를 조금만 맡아도 정신을 잃고 횃대에서 떨어졌다. 카나리아가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기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진은 천문대의 빛공해 정도를 지구의 환경 상태를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세계 환경 현안으로서의 빛공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주를 탐사하는 우리의 능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손실, 동물과 인간 생체리듬의 파괴, 동물과 인간 건강에 끼치는 영향 등 빛공해의 다른 부정적 영향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93/mnras/stac2929
Light pollution indicators for all the major astronomical observatorie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