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뉴욕 밤하늘에서 찍은 혜성 C/2022 E3 (ZTF). 녹색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EarthSky Community Photos | Steven Bellavia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를 혜성이 2월 초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 혜성은 올해 보게 될 혜성 중 가장 밝은 혜성이다. 혜성을 관측하기에는 달이 뜨지 않는 이번 설 연휴가 가장 좋은 때라고 천체관측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3월2일 독수리자리 방향 하늘에서 아침 무렵에 처음 발견된 이 혜성의 이름은 ‘C/2022 E3 (ZTF) '이다. 당시 이 혜성은 목성 궤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마천문대의 광역 천체 관측장비 ‘츠비키’(ZTF)가 처음 포착한 이 혜성은 녹색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며 중심핵 크기는 약 1㎞ 정도다. 이 혜성이 녹색인 것은 2원자탄소 성분 때문으로 보인다. 2원자 탄소는 말 그대로 탄소 원자 2개가 결합돼 있는 것으로, 녹색 빛을 띠는 기체다.
혜성은 얼음과 암석 덩어리인 핵과 먼지, 가스로 이뤄진 꼬리로 구성돼 있는 천체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꼬리가 길어진다.
약 5만년만에 다시 오고 있는 이 혜성은 지난 12일 근일점(태양 최근접 지점)을 지나 지금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근일점을 지날 당시 혜성과 태양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와 거의 비슷한 1.1천문단위(AU)였다. 1천문단위는 지구와 태양의 평균거리로 1억5000만km다. 이 혜성은 점점 지구와 가까워져 2월2일엔 근지점(지구 최근접 지점)에 당도한다. 이때 지구와의 거리는 4200만km로 지구-태양 거리의 3분의 1 정도(0.28AU)다.
22일 1시 서울 밤하늘에서의 C/2022 E3 (ZTF) 혜성 위치. 스텔라리움
따라서 지금부터 2월 초까지가 이 혜성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다. 그러나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올 때는 보름달이 밤하늘을 비추고 있을 시기여서 관측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달이 뜨지 않는 이번 설 연휴가 오히려 달빛 방해를 받지 않고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한다.
파리천문대의 니콜라 비베르 박사는 북반구에서는 혜성이 작은곰자리와 큰곰자리 사이를 지나는 1월 마지막주가 최적의 관측시기라고 말했다. 1월 21~22일에는 북두칠성 아래쪽에서, 그 이후엔 북극성 근처에서 이른 새벽녘에 혜성을 볼 수 있다. 2월10일에는 혜성이 화성 근처에 나타난다. 북반구에서 혜성을 볼 수 있는 시기는 4월 말까지다.
발견 당시 이 혜성의 겉보기 밝기는 17등급으로 매우 희미했다. 지금은 6등급에 가까워졌으며 근지점에서의 예상 밝기는 5등급이다. 6등급은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최저 등급이다.
혜성 이름은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원칙에 따라 붙인다. ‘C/2022 E3 (ZTF)’ 혜성의 경우 맨앞의 C는 태양계를 한 번만 통과하거나 주기가 20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혜성이란 걸 뜻한다. 그 다음의 ‘2022 E3’은 2022년 다섯번째 반월(E) 시기에 발견한 세번째 혜성이라는 뜻이다. 1월 초부터 반월씩 알파벳 순서에 따라 문자를 배정하는데 다섯번째 알파벳인 E는 3월 상반월을 뜻한다. 마지막에 있는 ‘ZTF’는 혜성을 포착한 망원경의 이름이다.
C/2022 E3 (ZTF) 혜성의 궤도와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오는 시점의 위치.
녹색 빛을 띠는 이 혜성의 고향은 오르트구름(Oort Cloud)으로 추정된다.
지구~태양 거리의 2천~5만배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은 공 모양의 외부 오르트 구름과 그 안쪽에 도넛 모양의 중심 오르트 구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태양 쪽으로 약하게 묶여 있는 외부 오르트 구름이 E3같은 장주기 혜성을 태양계 쪽으로 보내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오르트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은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의 얼음 조각이다. 이 조각들이 혜성의 핵을 이룬다.
이 혜성이 마지막으로 지구 가까이 통과한 5만년 전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이 아직 유럽 일대에 살았을 때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토머스 프린스 교수(물리학)는 “이 혜성은 지구∼태양 거리의 2500배가 넘는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다음에 다시 태양계를 찾는 때는 5만년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리천문대의 니콜라스 비버 박사(천체물리학)는 이 혜성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태양계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AFP’에 말했다.
2014년 화성 인근을 통과한 혜성 ‘C/2013 A1 사이딩 스프링’. 유럽우주국 제공
다시 못 올 기회…제임스웹망원경도 관측 나서기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대부분의 알려진 장주기 혜성은 궤도 주기가 너무나 길어서 기록이 있는 역사상 단 한 번만 볼 수 있었다”며 “수많은 장주기 혜성들은 인간 종이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 태양계를 마지막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나사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혜성인 ‘C/2013 A1 사이딩 스프링’은 2014년 화성 인근을 통과했으며 앞으로 약 74만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의 제시카 리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E3 혜성도 사정이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으로 이 혜성도 관측한다. 제임스웹은 혜성 자체의 모습보다는 혜성을 구성하는 성분 분석에 집중할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