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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지구 쏙 닮은 외계 행성 발견…그런데 해가 한쪽에만 뜬다

등록 2023-02-08 10:00수정 2023-02-14 22:14

31광년 거리에서…크기·질량 거의 같아
지구의 달처럼 한쪽 면 고정돼 별 공전
앞면은 해 지지 않고 뒷면은 춥고 암흑
거주가능구역 행성 중 6번째로 가까워
적색 왜성을 공전하는 ‘울프 1069b’와 같은 지구형 암석 외계행성 상상도. 대기가 있다면 낮 동안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적색 왜성을 공전하는 ‘울프 1069b’와 같은 지구형 암석 외계행성 상상도. 대기가 있다면 낮 동안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천문학자들이 외계행성을 찾는 가장 주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구와 비슷한 천체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발견한 5240여개의 외계행성 가운데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해비터블존 또는 골디락스존)에 있는 행성은 50여개에 불과하다. 거주 가능 구역이란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별과의 거리를 말한다. 특히 이 가운데 질량이 지구의 0.5배~3배 사이인 지구 닮은꼴 행성은 20여개 정도다. 먼 우주에서 지구처럼 질량이 크지 않은 천체를 찾아내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찾아낼 확률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별빛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다. 별과 행성은 서로 상대방의 중력 영향을 받는다. 별이 작으면 그만큼 행성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별빛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따라서 별과 행성의 질량 차이가 작을수록 찾아낼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관측법을 시선속도법(RV)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독일 천문학자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 외계 생명체 탐사의 주요한 표적이 될 지구 닮은꼴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백조자리 방향으로 31.2광년 떨어진 거리의 적색 왜성 ‘울프 1061’을 공전하는 ‘울프1069b’라는 이름의 행성이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대기층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 행성의 모별인 적색 왜성은 크기가 태양의 10~50% 정도로 핵융합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빛을 발산하고 표면 온도도 낮은 게 특징이다.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70%가 적색 왜성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 칼라알토천문대의 지름 3.5미터 망원경에 장착된 카르메네스 분광기를 이용해 4년간 262회 관측한 결과다. 연구진이 추정한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1.26배, 반지름은 지구의 1.08배다.

연구를 이끈 디아나 코사코프스키 박사는 “관측 결과 이 행성은 태양의 5분의 1 크기인 별을 지구와 태양 거리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에서 15.6일 주기로 별을 공전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태양-수성 거리보다 더 가까운 거리다.

지구 질량 행성을 거느린 적색 왜성들. 위로부터 울프 1069, 프록시마 센타우리, 트라피스트-1 항성계다. 녹색 부분은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을 나타낸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지구 질량 행성을 거느린 적색 왜성들. 위로부터 울프 1069, 프록시마 센타우리, 트라피스트-1 항성계다. 녹색 부분은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을 나타낸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연중 내내 앞면은 낮, 뒷면은 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이 행성은 별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움에도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약 65%만 받는다. 모별이 태양보다 작고 표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적색 왜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조건은 이 행성에 생명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 행성의 특별한 점은 별에 한쪽면이 고정된 상태로 공전한다는 점이다. 이는 적색 왜성의 거주가능구역 행성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이로 인해 앞면은 항상 낮이고 반대쪽 면은 항상 밤이다. 달이 앞면을 지구에 고정시킨 채 지구를 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별을 향해 있는 앞쪽은 따뜻하지만, 뒤쪽은 사시사철 춥고 황량한 ‘두 얼굴의 천체’다.

지구 기후모델을 적용한 울프 1069b 행성의 가상 표면온도 지도. 온도는 켈빈(K) 단위다. 273.15K가 섭씨 0도에 해당한다. 빨간색 선 안의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지구 기후모델을 적용한 울프 1069b 행성의 가상 표면온도 지도. 온도는 켈빈(K) 단위다. 273.15K가 섭씨 0도에 해당한다. 빨간색 선 안의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표면 온도 13도…액체 물 존재 가능

연구진은 이 행성이 암석 행성이고 대기가 없을 경우 별을 향한 쪽의 평균 온도는 영하 23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대기가 있다면 표면 온도가 13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온도라면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대기는 또 별과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과 입자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연구진은 별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방사선이 대기를 없애버릴 수 있지만 울프1069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돼 행성의 대기가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개의 경우 암석 행성에는 자기장을 생성하는 액체 핵이 있는 점으로 보아 이 행성에도 행성을 보호하는 자기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색 왜성 초기 5%의 기간에 원시행성 간 충돌이 일어나 별 가까운 쪽에 단 1개의 행성을 남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때의 충돌 에너지는 지구와 같은 자기장을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액체 금속 핵을 행성 중심부에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년 동안 울프1069를 관찰한 결과 별에서 10AU(AU, 1AU는 지구~태양 거리) 내에 지구 크기 만한 다른 행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울프1069b가 이 별의 유일한 행성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남방천문대가 칠레에 건설 중인 초대형망원경의 완공 후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유럽남방천문대가 칠레에 건설 중인 초대형망원경의 완공 후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생명체 신호 탐색까진 10년 기다려야

울프1069b 행성은 지금까지 발견된 거주가능구역 지구 크기 외계행성 중 태양계에서 여섯번째로 가까운 행성이다.

울프1069b보다 가까운 다섯개 중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은 4.24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3개 행성 중 ‘프록시마 센타우리b’다. 이어 △12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글리제1061’(GJ 1061)의 3개 행성 중 최외곽에 있는 행성 ‘글리제 1061d’ △12.59광년 떨어진 양자리의 ‘티가든의 별’(Teegarden’s Star)을 공전하는 2개 행성 중 바깥쪽에 있는 ‘티가든의별c △15.78광년 떨어진 거리의 ‘글리제1002’(GJ 1002) 별을 공전하는 2개 행성(b와 c) 차례다.

코사코프스키 박사는 “울프 1069b 행성에서 생명체 신호를 탐색할 수 있으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칠레 아타카마사막 해발 3000미터 세르 아르마조네스산 정상에 건설 중인 유럽남방천문대의 차세대 초대형망원경(ELT)이 완공되면 이 행성의 대기 구성과 함께 생명체와 관련한 분자 신호를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27년 첫 관측이 목표인 이 망원경은 주경의 지름이 39.3미터로 완공되면 세계 최대의 광학 · 근적외선 망원경이 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51/0004-6361/202245322

The CARMENES search for exoplanets around M dwarfs. Wolf 1069 b: Earth-mass planet in the habitable zone of a nearby, very low-mass star

Astronomy & Astrophysic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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