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눈을 부릅뜨는 올빼미처럼, 잠을 자는 동안 외부의 소리에 반응하는 뇌 신경회로가 따로 있다. 픽사베이
수면은 뇌에 휴식을 줌으로써 다음날 새로운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잠을 자는 동안은 외부의 감각 자극에 무뎌져 외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그러나 많은 동물은 잠자는 동안에도 쉽사리 포식자의 접근을 감지해 반응한다. 과학자들은 동물이 깊은 잠과 얕은 잠을 번갈아 자는 방식으로 미지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얕은 잠에서 조그마한 소리에도 잠에서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물과 사람이 수면 중에 소리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였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키스트(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잠을 자는 동안 외부의 소리에 반응하는 뇌 신경회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과 키스트 김정진 박사팀은 깨어 있을 때는 청각 시상핵이 소리에 반응하는 반면 깊은 잠(비렘수면) 중에는 배내측 시상핵이 소리에 반응해 뇌를 깨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간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상은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의 신호를 받아 대뇌피질로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10여개의 신경핵군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배내측 시상핵은 주의력, 작업 기억, 의사 결정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소리신호는 청각신경에서 청각시상으로 전파되지만 깊은 수면 동안에는 청각신경이 뇌간신경을 통해 배내측시상으로 소리신호를 보내어 뇌의 각성을 유도한다. 카이스트 제공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쥐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는 청각 시상핵 신경도 잠자고 있었지만 배내측 시상핵 신경은 깨어 있어 소리를 들려주자 곧바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내측 시상핵을 억제하면 소리를 들려줘도 쥐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또 연구진이 배내측 시상핵을 자극하자 쥐는 소리가 없이도 몇 초 이내에 잠에서 깨어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수면상태와 각성상태가 서로 다른 신경회로를 통해 청각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수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는 수면 질환 등 다양한 뇌 질환에서 보이는 각성 및 감각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여 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단서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감각자극을 통해 각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을 밝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