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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억명이 모여도 제각각이란 지문…왜 다를까

등록 2023-02-22 09:56수정 2023-02-23 14:04

지문 형성이 시작되는 손가락끝 세 곳 발견
손가락 모양과 생성 속도 따라 지문 달라져
얼룩말 무늬 등 형성 원리 ‘튜링패턴’과 일치
지문이 형성되는 과정은 자연 세계의 튜링 패턴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문이 형성되는 과정은 자연 세계의 튜링 패턴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손가락 끝에 나 있는 지문의 모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지문은 일치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유전자는 같지만 지문이 형성되는 자궁 속에서 각기 돌연변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굳이 확률로 따지자면 어떤 두 사람의 지문이 같을 확률은 640억분의 1이라고 한다. 번개 맞을 확률(600만분의 1)보다 1만배나 낮다. 유사 이래 오늘날까지 지문이 같은 사람이 나타난 적이 한 번도 없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진 지문은 평생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신원을 가리는 데 지문을 이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지문의 모양은 고리형(발굽형), 소용돌이형, 아치형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개인별로 미세한 차이는 있더라도 지문을 형성하는 데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문은 아주 미세한 융선들로 이뤄져 있어 사소해 보이지만 피부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하고 피부 감각의 민감도를 높여준다. 이는 우리가 손으로 작업하는 데 아주 요긴한 역할을 한다.

지문의 무늬를 이루는 융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일어난 뒤 임신 13주부터 몇주에 걸쳐 완성된다. 임신 13주차에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분부터 융선이 형성되기 시작해 17주차에 1차 융선이 완성되고, 이후 그 사이사이를 메꾸는 2차 융선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동안 지문의 융선이 완성돼 가는 구체적인 생화학적 과정은 규명되지 못했다. 피부 접힘, 혈관 배열의 영향 등 여러 이론이 나왔지만 가설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문의 무늬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왼쪽부터 아치형, 고리형, 소용돌이형. 셀
지문의 무늬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왼쪽부터 아치형, 고리형, 소용돌이형. 셀

얼룩말 무늬가 형성되는 원리와 같아

영국 에든버러대 과학자들이 마침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생화학적 과정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각 개인의 고유한 지문을 형성하는 것은 세 신호 분자 간의 상호작용이며, 이는 1940년대에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패턴의 원리를 따른다고 밝혔다.

튜링은 유기체 내의 형태소에 관여하는 활성 물질과 억제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 유기체의 독특한 무늬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튜링 패턴이라고 부른다. 호랑이나 얼룩말 무늬 같은 자연 세계에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무늬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수학이론이다.

연구진은 또 지문 형성이 시작되는 발화점 세 곳도 발견했다.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위와 손톱 바로 아래 부위, 손가락 끝마디 관절주름 부위 세 곳에서 1차 융선이 형성됐다.

연구진은 지문 융선의 형성이 참호를 파듯 피부 아래쪽에 홈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데 주목했다. 움푹 들어간 홈이 만들어지면 그 후 몇주에 걸쳐 그 속에서 세포가 증식되면서 점차 솟아올라 융선을 완성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모낭 발달 과정과 비슷하게 하향식으로 전개되는 데 착안했다. 연구진은 임신 중절자들한테서 기증받은 배아 조직의 손가락끝 세포 핵에 있는 RNA를 분석해 모낭 세포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곳의 세포들은 세가지 신호 전달 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세 가지는 WNT, EDAR, BMP라는 단백질 분자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WNT와 EDAR가 상호협력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WNT는 융선의 형성을 촉진하고, EDAR는 융선의 크기와 간격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다. 반면 BMP는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이어 생쥐를 대상으로 이 신호 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무늬를 형성하는지 실험했다. 생쥐는 지문은 없지만 발가락 피부에 사람의 지문과 비슷한 줄무늬가 있다.

실험 결과 EDAR 수치를 높이면 융선이 더 두껍고 간격이 넓어졌다. 반면 EDAR 수치를 줄이면 줄무늬가 생기지 않고 반점이 생겼다. BMP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패턴은 튜링 반응-확산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튜링 패턴의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고리형·소용돌이형·아치형의 차이는?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3개의 융선 시작 부위(손가락 끝마디 중앙, 손톱 바로 밑, 끝마디 주름)에서 튜링 패턴이 어떻게 전개돼가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가장 일반적인 세가지 지문 형태에서부터 희귀한 지문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문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예컨대 아치형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중앙의 융선이 생기는 속도가 더딜 때 만들어진다. 중앙 융선이 생기기 전에 손가락 끝마디 주름과 손톱 밑쪽에서 생기는 융선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아치형 지문이 완성됐다.

손가락의 모양에 따라 손가락 세포 성장의 패턴도 달라졌다. 손가락 끝마디 중앙 부위가 넓고 대칭이며 융선이 일찍 형성되면 소용돌이형 지문이 생겨났다. 중앙 부위가 길쭉하고 비대칭이면 고리형 지문이 나타났다.

전 세계 지문의 분포는 고리형이 전체의 60~70%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소용돌이형(20~30%), 아치형(5%)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엘 누시 스탠퍼드대의대 교수(발달생물학)는 ‘사이언스’에 “이번 지문 연구는 작은 차이가 무한한 패턴의 변주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논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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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velopmental basis of fingerprint pattern formation and variation

Cell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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