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항상 낮이고 반대쪽은 항상 밤인 행성의 낮과 밤 경계 지역, 이른바 ‘터미네이터 존’이 외계생명체의 잠재적인 후보지로 꼽혔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제공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의 절대다수는 태양보다 작다. 천문학자들은 이 가운데 태양의 0.1~0.5배인 작고 차가운 별을 적색왜성으로 분류한다. 적색왜성은 빛의 밝기에 따라 어두운 K형에서 밝은 M형으로 나뉜다. 모든 별의 약 70%가 M형 왜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도 M형 적색왜성이다. 이 별과 지구의 거리는 4.2광년(1광년=9조4600억㎞)이다.
M형 왜성을 도는 행성이 거주가능한 조건을 갖추려면 지구~태양 거리보다 별에 더 가까워야 한다. 과학자들은 그 거리를 지구~태양 거리의 5분의 1(3천만㎞) 안팎으로 본다.
그런데 별과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우면 지구의 달처럼 별에 한쪽 면이 늘 고정돼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두 천체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 때문에 회전주기가 느려지다 어느 순간 멈춰버린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행성인 프록시마b도 한쪽 면이 별을 향해 고정된 채로 돌고 있다. 프록시마b는 지구 질량의 1.3배, 공전주기는 11.3일이다.
이런 행성에선 한 쪽은 언제나 낮, 다른 한 쪽은 언제나 밤이다. 두 지역 사이엔 낮과 밤의 경계를 이루는 황혼지대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터미네이터 존’(terminator zone)이라고 부른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행성인 프록시마b도 지구의 달처럼 한쪽 면이 별에 고정된 채로 공전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외계 행성 탐색 범위 더 넓혀야
미국의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천문학자들이 지구의 기후 모델을 M형 왜성을 도는 행성에 적용한 결과, 행성에 형성되는 터미네이터 존이 잠재적 외계 생명체 후보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별을 향한 쪽은 너무 뜨겁고 그 반대쪽은 너무 추운 반면 ‘터미네이터 존’은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로 액체 상태의 물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은 생명체 존재의 필수 요건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최우선 후보군으로 바다로 덮인 외계행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의 탐색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견의 핵심은 어떤 종류의 ‘터미네이터 존’이 액체 상태의 물을 보유할 수 있는지를 짚어낸 것이었다.
연구를 이끈 아나 로보 박사후연구원에 따르면 행성이 대부분 물로 덮여 있다면 별을 향한 쪽의 물이 증발해서 행성 전체를 두꺼운 수증기 층으로 덮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온실 효과를 유발해 생명체에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나 육지가 있다면 이러한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육지 면적이 클수록 ‘터미네이터 존’의 거주 적합성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우리가 발견한 새롭고 이색적인 거주 가능 여건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명체가 생성하는 생명 신호는 행성 대기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에만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외계행성 기후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방식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DOI 10.3847/1538-4357/aca970
Terminator Habitability: The Case for Limited Water Availability on M-dwarf Planets
The Astrophysical Journal(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