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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로켓의 원조는 히틀러의 독일이었다

등록 2023-05-22 09:50수정 2023-05-22 11:01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주탐사 역사]
(1) 초기 우주과학에서 V-2 로켓까지
그림 1. 뉴턴의 대포. 대포알을 더 빠르게 쏠수록 대포알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더 많이 떨어지면서 추가로 더 멀리 날아간다. 특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대포알을 쏘면 대포알이 떨어지는 만큼 둥근 지구도 휘면서 대포알이 지표면에 닿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그림 1. 뉴턴의 대포. 대포알을 더 빠르게 쏠수록 대포알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더 많이 떨어지면서 추가로 더 멀리 날아간다. 특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대포알을 쏘면 대포알이 떨어지는 만큼 둥근 지구도 휘면서 대포알이 지표면에 닿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우주과학의 물꼬를 튼 ‘뉴턴의 대포’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를 쏜다는 생각을 했던 때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을 확립해 고전 물리학의 기틀을 세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중력으로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을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뉴턴의 대포’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했다. ‘아주 높은 산에 올라가 수평으로 대포를 쏘면 대포알이 어떻게 날아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일반적인 대포알 속도로 쏘면 대포알은 포물선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땅에 떨어진다. 더 빠른 속도로 쏘아 더 멀리 날아가는 대포알은 둥근 지구의 모양 때문에 더 오랫동안 떨어지면서 추가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간다. 특정 속도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대포알을 쏘면 대포알이 떨어지는 거리와 비슷하게 대포알 밑의 둥근 지구도 같이 휘면서 대포알이 땅에 닿지 않고 계속 지구 주위를 돈다.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포알을 쏘면 지구 반대쪽에 도달하면 대포알이 지구에서 오히려 더 멀리 멀어졌다가, 지구를 한 바퀴 다 돌고 다시 돌아오면 다시 대포를 쏜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대포로 쏜 대포알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표현을 했지만, 지금의 개념으로 이 대포알은 인공위성이다. 지구 대기권을 뚫는 높은 산에서 대포를 쏜다거나 지구에 대기가 없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의 1865년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De la terre à la lune)에는 커다란 대포로 쏴 달까지 날아가는 우주선 이야기가 나온다. 뉴턴의 대포와 같은 방식이다. 같은 소설에 기반을 둔 1902년 프랑스 영화 <달나라 여행>(Voyage dans la lune)에서 이 우주선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대포 자체도 로켓의 원리가 적용된다. 대포알 내부를 채운 화약을 점화하면 폭발한 화약이 뚫린 부분으로 빠른 속도로 내뿜어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포알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화약이 고체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일종의 고체연료 로켓인 셈이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신기전이라는 화약으로 날아가는 화살도 이 기준에서는 고체연료 로켓이다. 종이, 나침반, 인쇄술과 함께 중국의 4대 발명품의 하나로 알려진 화약은 9세기 당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2. 로켓의 개척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왼쪽)와 로버트 고더드. 왼쪽 사진에 쓰인 수식은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으로 현대 로켓의 성능을 계산하는 데 여전히 쓰이고 있는 중요한 방정식이다. 오른쪽은 고더드가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Wikimedia Commons
그림 2. 로켓의 개척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왼쪽)와 로버트 고더드. 왼쪽 사진에 쓰인 수식은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으로 현대 로켓의 성능을 계산하는 데 여전히 쓰이고 있는 중요한 방정식이다. 오른쪽은 고더드가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Wikimedia Commons

치올콥스키가 제안하고 고다드가 만들다

현대 우주과학의 이론적 기반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본격적으로 다져졌다. 1857년에 태어난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Константин Эдуардович Циолковский)는 우주여행과 로켓에 관한 개념과 이론을 제시했고, 이후 로켓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897년에 확립한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은 현대에서도 로켓의 성능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는 중요한 방정식이다. 치올콥스키는 다단계 로켓과 우주 엘리베이터의 개념도 제안했다. 그는 청력 문제로 집에서 교육을 받고 모스크바 도서관에서 3년을 보낸 다음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이후 교사 시험에 합격해 학교 교사로 일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1]

1882년에 태어난 미국의 로버트 고더드(Robert Hutchings Goddard)는 최초로 액체연료 로켓을 개발했다. 1926년 3월16일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 시험비행에서 로켓은 2.5초 동안 날아서 최고 높이 12.5m까지 올라갔고 56m 거리를 날아갔다.[2] 그가 만든 로켓 옆에 서서 찍은 사진은 로켓의 역사와 관련된 콘텐츠에 자주 등장한다. 1932년에는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한 유도장치를 개발해 이를 장착한 로켓의 시험비행을 수행했다. 1935년 시험비행에서는 자이로스코프 유도장치의 도움으로 수직 방향으로 상승해 1.46km 높이까지 올라간 후 수평으로 방향을 바꿔 거의 4km를 날아갔다. 최고속도는 시속 885km(=초속 246m)에 이르렀다.[2]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걸쳐 독일이 미사일을 개발할 때도 고더드의 로켓 관련 기술을 참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3. V-2 로켓의 내부구조(왼쪽)와 1945년 10월 10일에 독일에서 연합군이 시행한 V-2 로켓 시험발사 장면(오른쪽). (그림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림 3. V-2 로켓의 내부구조(왼쪽)와 1945년 10월 10일에 독일에서 연합군이 시행한 V-2 로켓 시험발사 장면(오른쪽). (그림과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최초의 우주로켓은 탄도 미사일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 9월6일 독일은 프랑스 파리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독일이 프랑스 파리에서 패퇴한 뒤 불과 11일 후였다. 이틀 후에는 영국의 런던에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이전에는 없었던 무기의 전격적인 등장이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총 1100여번의 미사일 폭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약 9천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사망했다. 보복무기라는 의미의 독일어 단어(Vergeltungswaffe) 앞머리를 따서 V-2라고 불린 이 탄도 미사일은 나치 독일의 지원을 받아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이끄는 독일의 로켓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알코올과 물을 섞은 연료와 액체산소를 이용해 추진하는 액체연료 로켓으로 추진했다.

1톤의 탄두를 싣고 최대 300km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었던 V-2 로켓은 현대의 미사일 분류 기준으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해당한다. 전쟁 중에 발사한 V-2 로켓이 도달한 최고 높이는 174.6km였다.[3] 우주가 시작되는 높이로 100km로 보고 있으므로, 우주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무인 탄도 우주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였다. 사람이 만든 물체를 우주에 도달하게 한 최초의 나라는 독일이었던 셈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V-2 로켓 개발 인력과 시설은 미국과 소련으로 옮겨가 5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과 소련 사이의 우주경쟁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그 중 V-2 로켓의 개발을 주도한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로켓 개발을 이어갔다. 그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의 책임자 위치까지 올라 1972년 은퇴할 때까지 미국의 우주개발을 이끌었다.

1949년 ‘우주로 간 최초의 포유류’가 된 원숭이 앨버트 2세(왼쪽)와 원숭이가 타고 간 V-2 로켓. 미 항공우주국 제공
1949년 ‘우주로 간 최초의 포유류’가 된 원숭이 앨버트 2세(왼쪽)와 원숭이가 타고 간 V-2 로켓. 미 항공우주국 제공

사람보다 먼저 우주로 간 동물들

2차 세계대전의 승전 결과로 V-2 로켓과 개발 기술을 전리품으로 챙긴 미국과 소련은 로켓 개발을 이어가면서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시험도 수행했다. 앨버트 2(Albert II)로 불렸던 원숭이는 1949년 6월14일 미국에서 발사된 V-2 로켓을 타고 134km 상공의 우주에 올라갔다. 최초로 우주에 도달한 포유류 동물이었지만,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서 살아 돌아오지는 못했다.[4] 포유류가 아닌 동물까지 확장하면, 우주에 도달한 최초의 동물은 초파리로, 1947년 2월20일 미국에서 발사된 V-2 로켓에 실려 109km 고도까지 올라간 기록이 있다.[4]

우주에 도달한 후 살아서 돌아온 최초의 포유류도 원숭이였다. 1951년 7월22일 V-2 로켓에 기반을 둔 소련의 R-1 로켓에 탑승한 두 마리의 원숭이는 100.8km 상공의 우주에 도달한 후 지상에 무사히 귀환했다.[4][5] 이 로켓의 최대 속도는 초속 4.212km에 이르렀고, 로켓 추진을 멈춘 후 탄도 비행을 하는 약 4분 동안 원숭이들은 무중력을 체험했다. 최근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상품도 이와 비슷한 높이까지 올라가 비슷한 시간 동안 무중력을 체험하는 우주여행 상품이다. 미국도 몇 차례 동물을 실은 로켓이 우주에 도달했지만 탑승 동물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데 실패하다가, 소련보다 많이 늦은 1959년 5월28일에 두마리의 원숭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Jupiter AM-18)에 싣고 우주에 올라간 후 지상에 무사히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 편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본격적인 우주경쟁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

[1] Konstantin Tsiolkovsky,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Konstantin_Tsiolkovsky

[2] “Robert H. Goddard”,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bert_H._Goddard

[3] “The Rocket and the Reich: Peenemünde and the Coming of the Ballistic Missile Era”, Michael J. Neufeld, New York, The Free Press (1995)

[4] “Animals and man in space. A chronology and annotated bibliography through the year 1960.”, Dietrich E. Beischer, Alfred R. Fregly, US Naval School of Aviation Medicine (1962)

[5] "Challenge to Apollo: The Soviet Union and the Pace Race, 1945-1974", Asif A. Siddiqi,NASA (2000)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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