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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누리호, 붉은섬광 내뿜으며 치솟자 시민들 “와…!”

등록 2023-05-25 17:36수정 2023-05-26 02:43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연합뉴스

“와…!”

25일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장내 방송에서 드디어 “엔진 점화, 이륙”이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려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로우주센터 인근 봉래산 위로 누리호가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솟아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브리핑룸 밖으로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몇몇 기자와 관계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모인 시민들도 이 광경을 함께 지켜보다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하늘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를 치켜올려 역사적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에서 텔레비전으로 발사 광경을 지켜보던 여야는 한목소리로 축하의 메시지를 내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라고 추켜올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명실상부한 세계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은 3차 발사 성공으로 그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고 환영 논평을 내놨다.

이날 성공적 비행을 마친 누리호는 전날 오후 6시24분 우주로 날아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사를 3시간여 앞두고, 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지상 밸브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견되면서 지상에 발이 묶였다. 

 누리호 발사를 주관하는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문제가 발생한 전날 오후 3시부터 즉각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제어 프로그램 시험과 점검을 진행하며 ‘발사대 헬륨탱크 피엘시(PLC)라는 장치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해냈다. 연구진은 명령어가 전송 과정에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령 간 간격을 넓혀주도록 제어 프로그램을 수정했고, 이후 여섯차례의 반복 시험을 거쳐 설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걸 최종 확인했다. 시간은 새벽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전 11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소집했다. 발사 준비 자동 제어 시스템과 발사대 장비 제어 시스템의 이상 상황에 대한 점검 및 조치 결과 보고가 이뤄졌고, 기상 상황,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이 다시 한번 검토됐다. 오태석 과기부 1차관은 50분 뒤 열린 브리핑에서 “누리호 기체는 발사대에 기립한 상태로 발사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탑재 위성 8기의 충전 상태도 양호해 별도의 조치 없이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 문제 발생 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순조롭게 준비 작업이 진행됐던 터라, 연구진은 이날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뒤 시험 테스트를 통상적으로 하는 것보다 2배 정도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험 테스트를 (2배로 늘려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 주변 육·해·공은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안전 통제가 이뤄졌다.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뒤, 연구진 등이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건 기상 상황이었다. 기상청에서 투입된 예보관이 현장에서 직접 관측과 자문을 진행했다. 특히 바람이 요주의 관심 대상이었다. 평균풍속 15㎧ 이상, 순간최대풍속 21㎧ 이상의 바람이 불면 발사체의 진로를 방해해 발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시도에 나선 오후 6시24분, 누리호의 순조로운 우주 비행을 기원하는 듯, 그 시각 바람(남동풍 2.4㎧)도 살랑살랑 숨을 죽였다.

♣H6s신소윤 기자, 고흥(나로우주센터)/김정수 선임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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