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추락 뒤 약 60∼80m에 걸쳐 반사율 높아진 곳(중앙). 미 항공우주국의 달정찰궤도선이 촬영한 것으로, 착륙선 잔해로 추정된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지난달 달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일본
민간 우주선의 실패 원인은 고도 측정 오류로 밝혀졌다.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26일 달 착륙선 ‘하쿠토-알 미션1’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도 측정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달 착륙에 성공했을 경우 이 우주선은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이 될 수 있었다.
아이스페이스에 따르면 미션1 착륙선은 4월26일 0시40분 고도 100km 상공에서 착륙 과정을 시작해 계획대로 속도를 늦춰가며 초속 1m 이하의 속도로 달 표면 고도 5km 지점에 당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착륙선의 소프트웨어가 고도를 0으로 잘못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착륙선은 저속으로 하강을 계속했지만 달 표면에 이르기 전에 추진기의 연료가 고갈돼, 자유낙하하며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는 착륙선이 고도를 잘못 추정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오류 때문으로 판단했다. 회사는 그 근거로 착륙 예정지인 아틀라스 충돌구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높이 약 3km의 절벽 상공을 지나갈 때 착륙선에 탑재된 센서가 측정한 고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들었다. 센서 측정 고도와 사전에 입력된 추정 고도 수치에 큰 괴리가 발생하자 착륙선의 소프트웨어가 그 원인을 센서의 측정 잘못으로 판단하고 이후 센서 측정치를 거부하면서 결국 착륙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회사는 추정했다. 우주선은 연료가 고갈된 뒤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아틀라스 충돌구에 추락했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미션1 상상도. 아이스페이스 제공
하드웨어는 이상 없어…내년 미션2 발사 예정대로
아이스페이스는 그러나 “엔진과 고도계를 포함한 하드웨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우주선 설계에는 이상이 없다”며 “소프트웨어 수정은 하드웨어 점검보다 훨씬 더 수월하다”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는 착륙 지점을 달 앞면 북동쪽 ‘꿈의 호수’(Lacus Somniorum) 평원에서 아틀라스 충돌구로 변경하면서 착륙 소프트웨어에 변경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드레이퍼연구소가 개발했다.
아이스페이스 창립자인 사카마다 다케시 대표는 내년과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션2와 미션3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는 2024년 말에 발사할 미션2에선 자체 개발한 소형 로봇탐사차를 실어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차에는 나사에 판매하기로 계약한 달 표토를 수집하는 장치가 실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