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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물탱크’ 얼음위성에서 1만km 물기둥이 솟구친다

등록 2023-05-31 10:52수정 2023-06-01 19:53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엔셀라두스 관측
토성의 얼음위성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다에 있는 물이 얼음 표면층을 뚫고 솟아나와 수증기 기둥을 이루고 있는 모습(상상도). 나사 제공
토성의 얼음위성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다에 있는 물이 얼음 표면층을 뚫고 솟아나와 수증기 기둥을 이루고 있는 모습(상상도). 나사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거의 1만km에 가까운 거대한 수증기 기둥을 발견했다. 이는 엔셀라두스 지름의 20배에 가까운 규모다. 또 이 물분자들이 토성 주위에 퍼지면 고리를 형성하는 것도 포착했다.

엔셀라두스는 지름 500km로 토성에서 6번째로 큰 위성이지만 지구 지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위성이다. 그러나 위성 표면의 두께 10km 안팎 얼음층 아래에 액체 바다가 있어 생명체 탐사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천체 가운데 하나다.

과학자들은 토성 중력이 일으키는 마찰열과 물이 서로 어우러져 지구의 심해 열수분출구처럼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엔셀라두스의 얼음층을 뚫고 솟아나오는 수증기 기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수증기에 생명체와 관련한 물질이 섞여 분출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엔셀라두스에서 처음 수증기 기둥을 발견한 것은 2005년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탐사선 카시니호다. 당시 남극 근처에서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을 확인한 카시니호는 여러 차례 근접비행을 하며 얼음 알갱이와 메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와 같은 유기화합물을 측정했다. 당시 카시니호가 추정한 수증기 기둥의 길이는 수백km였다.

사상 최강의 관측력을 자랑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이번에 엔셀라두스 첫 관측을 통해 물기둥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의 남극에서 분사되는 수증기 기둥. 빨간색 네모 상자가 엔셀라두스이고, 그 아래 넓게 퍼져 있는 파란색 화소들이 수증기 기둥이다. 엔셀라두스 크기와 비교해 이번에 확인한 수증기 기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나사 제공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의 남극에서 분사되는 수증기 기둥. 빨간색 네모 상자가 엔셀라두스이고, 그 아래 넓게 퍼져 있는 파란색 화소들이 수증기 기둥이다. 엔셀라두스 크기와 비교해 이번에 확인한 수증기 기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나사 제공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가 중심이 된 국제 연구진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분광기(NIRSpec)를 이용해 길이 9660km에 이르는 수증기 기둥을 관측했다고 30일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물기둥의 분출량은 초당 300ℓ로 카시니호의 관측 데이터와 비슷했다.

엔셀라두스는 또 33시간(1.37일) 주기라는 빠른 속도로 토성을 돌면서 엔셀라두스의 공전 궤도를 따라 토성 주변에 커다란 물분자 고리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측 시점에서 고리에 남아 있는 물분자는 분출된 물분자의 30%였다. 연구진은 이는 대다수 70% 물분자가 토성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을 통해 엔셀라두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기둥을 분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엔셀라두스가 토성계의 주요 물 공급원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엔셀라두스는 33시간이라는 짧은 주기로 토성을 공전하면서 물분자로 이뤄진 고리(도넛)를 만든다. 나사 제공
엔셀라두스는 33시간이라는 짧은 주기로 토성을 공전하면서 물분자로 이뤄진 고리(도넛)를 만든다. 나사 제공

제임스웹이 엔셀라두스를 관측한 시기는 지난해 11월9일이었다. 불과 4분30초의 짧은 관측이었지만 거대하고 차가운 수증기 기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유기화합물은 이번 관측에서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후속 관측에서는 6배 더 오랜 시간 엔셀라두스를 관측하면서 유기화합물, 과산화수소 등 생명체와 관련한 화합물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카시니호가 찍은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나사 제공
카시니호가 찍은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나사 제공

태양계 탐사 순위 세번째로 꼽아

제임스웹의 이번 발견은 엔셀라두스와 같은 얼음위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으려는 나사의 계획에 더 힘을 실어준다.

현재 나사는 2030년대 후반을 목표로 ‘엔셀라두스 오비랜더’(orbilander) 발사를 검토하고 있다. 오비랜더는 1년 반 동안 위성 궤도를 돌며 물기둥을 조사한 뒤 엔셀라두스 남극에 착륙하는 탐사선이다.

나사 자문기구격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행성과학과 우주생물학 10년 조사 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2023~2032년 우주탐사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엔셀라두스 탐사선을 천왕성 탐사선, 화성 표본 귀환 프로그램에 이어 3번째 우선순위로 꼽았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는 또 얼음위성의 표면층 아래에 있는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얼음 균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 자율 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이 로봇은 현재 무게 100kg에 길이는 4m, 지름은 20cm이며, 나사처럼 회전하는 10개의 마디로 구성돼 있다.

나사는 2024년 말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또다른 유력 천체인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에 탐사선을 보낸다. 이는 사상 최초의 얼음위성 전용 탐사선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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