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는 2017년 처음 보고됐다. ‘스카이워커’는 영화 ‘스타워즈’의 열렬한 팬인 발견자가 영화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와 붙인 것이다. ICIMOD(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 포토북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730’을 쳐보세요.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흔히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꼽히는 고도의 정신능력 가운데 하나다.
중국 중산대 과학자들이 중국 남서부 산림에 서식하는 야생 긴팔원숭이들한테서도 이런 행동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왕립학회보B>에 발표했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는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Hoolock tianxing)가 아침에 일어나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한 결과다. 유인원 중 보노보, 오랑우탄 등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일부 행동을 관찰한 연구는 있었지만 긴팔원숭이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연구에 따르면 긴팔원숭이는 아침 식사로 과일을 먹고 싶을 땐, 좀 더 일찍 일어났다. 그동안 야생동물에선 거의 보지 못했던 행동이다. 이는 긴팔원숭이가 먹이 사냥 목표물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춰 출발 시간을 계획한다는 걸 시사한다.
중국 남서부 산림지대에 사는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는 미래를 계획해서 행동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ICIMOD(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 포토북
연구진은 지난 5년간 중국 남서부 윈난성 고려공산국가자연보호구역에서 이들을 관찰했다. 윈난성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걸쳐 있는 이 보호구역은 세계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검은들창코원숭이, 구름표범 등 많은 희귀종 및 멸종 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충분하지 않은 과일…남들이 먼저 먹기 전에
연구진은 긴팔원숭이가 밤잠을 자던 나무에서 아침에 일어나 먹이를 찾아 떠나는 시간과 경로를 추적했다.
관찰 결과 원숭이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1~3㎢ 범위에서 나뭇잎, 과일 등 먹이를 찾았다. 평균적으로 이동한 거리는 과일나무까지 130m, 나뭇잎 나무까지는 100m였다.
그런데 원숭이들은 과일을 먹으러 갈 때는 나뭇잎을 먹으러 갈 때보다 30분~1시간 정도 일찍 출발했다. 도착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일렀다.
연구진은 과일나무가 많지 않고, 과일을 노리는 경쟁자들은 많은 상황이 이런 행동을 촉발한 것으로 풀이했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면 과일을 획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원숭이들은 특히 더 멀리 있는 나무로 향할 때 더 일찍 일어나 움직였다. 이는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나뭇잎이 달린 나무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스카이워커흰눈썹긴팔원숭이가 서식하는 중국 윈난성 자연보호구역 전경. 이 원숭이는 해발 900~2700m의 고지대 산림에 산다. YunnanExploration.com
비 오거나 기온 떨어진 날엔 늦게 출발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의 에드워드 맥레스터 박사는 “동물이 먹잇감에 도달하기 위해 환경을 탐색하는 방식은 계획 능력과 지능이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원숭이들이 처음 마주치는 먹잇감에서 발길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한 장소에 일찍 도달할 수 있도록 이동 경로를 계획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아침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이것만은 아니었다. 전날 밤에 비가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원숭이들은 다음날 아침 출발 시간을 늦췄다. 또 더 큰 무리가 모여 잠을 자는 경우에도 출발시간이 늦어졌다. 이는 서로 간에 어디로 갈지 합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맥레스터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긴팔원숭이의 행동에 대해 다른 경쟁 동물보다 먼저 영양이 풍부한 과일나무에 도착할 필요성과 표범이나 사람의 표적이 될 위험, 어둠 속에서 나무에서 떨어질 위험, 그리고 밤사이 추위와 비에 노출되면 몸의 컨디션을 다시 회복시켜야 하는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6084/m9.figshare.c.6631851.v1
Supplementary material from "Wild gibbons plan their travel pattern according to food types of breakfas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