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6호가 1972년 촬영한 달의 뒷면. 나사(NASA) 제공
빛깔이 고와 건축용 석재로 많이 쓰이는 화강암은 마그마가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땅속에서 서서히 열이 식으며 굳어진 심성암의 일종이다. 따라서 화강암의 존재는 화산 활동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구성 물질들이 녹았다가 재분류되는 과정을 여러차례 거치며 형성되는데, 이 과정을 촉진하는 풍부한 물과 지각을 이동시키는 판 구조가 없는 지구 외의 천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암석이다.
그런데 달 뒷면에서 그동안 지구에서나 보던 화강암 덩어리가 50km 크기로 거대하게 분포돼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달은 앞면을 지구 쪽으로 고정시킨 채 공전하기 때문에 달 뒷면은 지구에선 볼 수 없는 지역이다.
미국 행성과학연구소(Planetary Science Institute) 연구진은 달 궤도선인 미 항공우주국의 루나 프로스펙터와 달정찰궤도선(LRO), 중국의 창어 1호와 창어 2호 등이 관측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달 뒷면 ‘컴프턴-벨코비치’(Compton-Belkovich) 지역에서 지름 50km, 두께 수km의 거대한 화강암 지대를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달 궤도선에서 본 달 뒷면의 컴프턴-벨코비치 화산지대 일부. 사진에 담긴 지역의 크기는 510m다.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이곳은 20년 전부터 수십억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된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된 화산 지형으로 추정됐던 곳이다.
연구진은 창어 1호와 2호의 마이크로파 관측 기기가 보내온 데이터에서 이곳의 온도가 다른 곳보다 10도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적외선보다 긴 마이크로파를 관측하는 장비는 땅속 0.3~5.6m 깊이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땅속에서 이렇게 많은 열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은 화산 아래에서 표면으로 분출되지 않은 마그마 덩어리가 식어서 형성되는 화강암밖에 없다고 밝혔다. 화강암에는 달의 다른 암석보다 토륨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원소 붕괴로 인한 열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지형 특징으로 보아 마지막 화산 활동은 약 35억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강암 지대는 폭 20km의 칼데라 분지 아래쪽에 숨어 있다. 앞서 반세기 전 아폴로 우주선 비행사들이 가져온 달 암석에선 작은 알갱이의 화강암 물질만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으로 보아, 달의 다른 지역에서도 표면 아래에 화강암 지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달 뒷면의 지름 50km 크기 화강암지대 위치(왼쪽)와 열 분포도(중앙과 오른쪽). 네이처 제공
연구를 이끈 매트 시글러 박사는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며 “물과 지각판 구조가 부족한 달에서도 화강암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달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구와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시글러 박사는 특히 나사와 함께 중국이 데이터를 공개해줬다는 점을 들어 이번 연구는 ‘깔끔한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상 중국 연구자들과 직접 협력할 수는 없었지만 중국 연구진이 교환 및 훈련을 위한 조건부 비자인 제이-비자를 통해 미국에 와서 이 주제에 대한 데이터와 문헌을 탐색한 것은 매우 소중했다”며 “과학과 정치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1년 미 의회를 통과한 ‘울프 수정안’(Wolf Amendment)에 근거해 미 항공우주국을 포함해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우주 관련 단체가 중국 기관과 직접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83-5
Remote detection of a lunar granitic batholith at Compton–Belkovich.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