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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알고 보니 수만년 전 ‘가출’했던 지구 암석

등록 2023-07-17 10:00수정 2023-07-18 10:18

사하라사막에서 발견한 운석 분석 결과
모로코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운석 ‘NWA 13188’. The Meteorological Society 제공
모로코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운석 ‘NWA 13188’. The Meteorological Society 제공

지구에서 발견되는 운석은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의 소행성이 고향이다. 화성이나 달 같은 천체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은 5만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99.8%가 소행성에서 왔다.

이 운석들은 격렬한 천체간 충돌로 인해 우주로 날아간 파편이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로 떨어진 것들이다. 그렇다면 오래 전 지구와의 충돌로 인해 생긴 파편들도 우주를 떠돌다가 어느 순간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현실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제롬 가타체카 박사 연구팀이 처음으로 그런 사례로 볼 수 있는 운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11일 리옹에서 열린 ‘국제 지구과학 학술대회 ‘골드슈미트 컨퍼런스’에서 “모로코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검은색의 운석 ‘NWA 13188’이 2000~수만년 동안 우주를 떠돌았던 지구 운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게 646g의 이 운석은 사하라사막의 베두인족이 발견한 뒤 2018년 한 모로코 운석 수집상에 팔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따라서 정확한 발견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운석협회(The Meteoritical Society)는 이 암석을 운석으로 인증하면서, 기원을 알 수 없는 ‘B군’으로 분류했다.

운석의 최외각부를 이루는 얇은 ‘용융각’(fusion crust).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열에 녹았다가 식으면서 굳어진 부분이다. Jérôme Gattacceca 제공
운석의 최외각부를 이루는 얇은 ‘용융각’(fusion crust).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열에 녹았다가 식으면서 굳어진 부분이다. Jérôme Gattacceca 제공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로 튕겨 나간 듯

가타체카 연구팀은 이 운석을 분석한 결과 화학적 조성이 지구의 화산암과 비슷하고 충돌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얇은 용융 껍질을 갖고 있었으며 우주방사선에 노출됐을 때만 생성되는 동위원소가 있었다.

우선 암석 속의 산소 동위원소가 지구 암석과 같았을 뿐 아니라 충돌하는 지각판 사이의 경계면에서 만들어진 지질학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지각판은 다른 행성에는 없는 지구의 고유한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어 ‘NWA 13188’이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살펴봤다. 우주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소행성에는 베릴륨10, 헬륨3, 네온21 같은 원소들이 풍부하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자기장이 이들을 차단해준다. ‘NWA 13188’에는 이 원소들의 농도가 다른 운석들보다 낮았지만, 지구에 있는 물체보다는 매우 높았다.

이는 이 운석이 일정 기간 동안 지구 자기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에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그 기간이 수천년에서 최대 10만년에 이르며 소행성 충돌이나 대형 화산 폭발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는 충돌의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NWA 13188’의 충돌 자리는 찻지 못했다. 픽사베이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는 충돌의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NWA 13188’의 충돌 자리는 찻지 못했다. 픽사베이

지구 운석도 운석이라 불러도 될까

그러나 브뤼셀자유대(VUB)의 필립 클레이즈 교수(지질학)는 <뉴사이언티스트>에 “특별한 가설을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연구진의 주장에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운석이 충돌한 자리에 있어야 할 폭 20km의 충돌분지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이들의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클레이즈 교수는 “그렇게 젊은 충돌구가 있다면 여전히 뜨겁고 연기가 나는 용융물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을 못찾는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타체카팀은 현재 아르곤과 탄소 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운석의 나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운석의 나이를 알면 운석의 기원에 대해서도 좀 더 확실한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의 추정대로 애초 고향이 지구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우주를 떠돌다 온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무엇보다 그런 종류의 암석도 운석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레오벤대의 스테판 체르노노즈킨 교수(분석화학)는 화산 폭발이 일어날 때 그 힘에 의해 지구 대기권 상층부까지 도달하는 암석들을 예로 들며 “지구 운석도 운석이라고 정의하게 된다면 운석의 정의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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