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주의 거울’처럼 밝게 빛나는 외계행성 LTT 9779 b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거울에 버금갈 만큼 환하게 빛나는 해왕성 크기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칠레 디에고포르탈레스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별빛의 80%를 반사하는 외계행성 ‘LTT9779 b’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한 행성 중 가장 빛 반사율이 높은 것으로, 보통 빛 반사율이 90%인 거울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지구의 빛반사율 30%는 물론 태양계에서 가장 빛나는 금성의 75%보다 높다. 가장 밝은 외계행성의 빛반사율은 2627광년 거리에 있는 케플러 165B의 78%였다.
고도 700km 상공에서 관측 활동을 하는 키옵스(CHEOPS)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발견한 이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남쪽 하늘의 조각가자리 방향으로 262광년 떨어져 있다.
이 행성의 빛 반사율이 이렇게 높은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행성의 구름이 티타늄, 규산염 등 반사율이 높은 금속성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산염은 모래와 유리의 주성분이다. 따라서 지름은 지구의 4.7배이지만 질량은 거의 30배에 이른다.
또 하나의 요인은 중심별과의 거리가 239만km로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공전주기가 365일인 지구에 비해 이 행성은 공전 주기가 19시간이다. 별에 바싹 근접해 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아주 강한 빛을 받고 있다. 2000년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렇게 짧은 공전궤도를 가진 행성은 지구보다 10배 이상 큰 가스 행성이거나 지구보다 작은 암석 행성이다.
엔셀라두스와 지구(윗줄), 달과 혜성 67P/CG(아랫줄)의 빛반사율에 따른 밝기 비교. 유럽우주국 제공
티타늄 방울이 비처럼 내린다
세번째 요인은 표면 온도가 무려 2000도를 넘는 데도 대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저자인 프랑스 코트다쥐르천문대의 비비앙 파르망티에 박사(물리학) 는 성명에서 “이렇게 뜨거운 행성에선 대기가 날아가기 마련이다”라며 “그런 점에선 있을 수 없는 행성이지만 규산염과 금속성 증기가 과포화 상태로 충만해 있어 고온에서도 구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욕실에서 뜨거운 샤워를 계속하다 보면 내뿜어진 김이 가득차면서 수증기가 응결돼 욕실 전체가 뿌옇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 구름이 빛을 반사하고 무거운 금속성 성분이 대기를 무겁게 만드는 효과가 증발을 막는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칠레 디에고포르탈레스대 제임스 젠킨스 교수(천문학)는 “이 행성에선 무거운 금속 구름이 떠다니며 티타늄 방울이 비처럼 내린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행성과 별이 함께 반사하는 빛의 양과 행성이 별 뒤로 숨었을 때 별에 의해 반사되는 빛의 양 차이를 측정함으로써 외계행성이 반사하는 빛의 양을 계산할 수 있었다.
이 행성은 2020년 미 항공우주국의 외계 행성 전담 우주망원경 테스를 통해 처음 발견됐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51/0004-6361/202346117
The extremely high albedo of LTT 9779 b revealed by CHEOPS
An ultrahot Neptune with a highly metallic atmospher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