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왼쪽 부분에서 태양 플레어가 물질을 방출하는 모습이 꿈틀거리는 뱀을 연상시킨다. © Mehmet Ergün/Royal Observatory Greenwich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가 주최하는 ‘올해의 천문사진’ 2023년 수상작 후보들이 공개됐다.
15회째를 맞은 올해의 공모전에는 전 세계 64개국에서 4000점 이상의 출품작이 접수돼 11개 부문에 걸쳐 심사가 진행됐다. 9월14일 수상작 발표에 앞서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첫째는 태양 표면과 코로나 사이의 대기층에서 발생하는 플레어(맨위 사진)다. 태양 플레어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에너지가 다량 방출되는 일종의 폭발 현상이다.
11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오가는 태양 활동은 현재 2025년 극대기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때까지 태양 표면에선 이같은 태양 플레어를 자주 볼 수 있다. 흑점 수가 증가할 때 플레어도 증가한다.
플레어가 발생하면 많은 양의 X선과 자외선이 방출되면서 지구에 오로라, 자기폭풍 등을 일으킨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현상이다. 극대기가 가까워질수록 오로라도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이 사진의 왼쪽 부분에 나타난 태양 플레어의 길이는 무려 70만km다. 지구 지름의 약 55배다.
태양 흑점 ‘AR2994’에서 발원한 강력한 태양 플레어. © Évora district/Royal Observatory Greenwich
둘째는 태양 흑점 ‘AR2994’에서 발원한 강력한 태양 플레어 사진이다.
태양 플레어는 그 강도에 따라 C, M, X급 등으로 나뉜다. X급이 가장 강력한데, 각 급 내에서도 다시 강도에 따라 1~9등급이 있다. 이 태양 플레어 사진은 X급의 1등급이다. 유럽과 대서양 지역에서 단파 무선 통신을 중단시킬 정도로 강력했던 태양 플레어의 모습이다.
이집트 국립화이트사막공원에서 본 은하수와 금성. © Burak Esenbey/Royal Observatory Greenwich
셋째는 이집트 국립화이트사막공원에서 본 은하수다.
모래언덕이 만들어낸 선이 자연스럽게 은하수 쪽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안내선 역할을 한다. 사진작가는 “이것이 사막에서 사진 촬영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평선 바로 위에서 빛나는 것은 금성이다. 금성은 밤하늘에서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이스라엘 네게브사막에서 본 레너드혜성. © Alex Savenok/Royal Observatory Greenwich
아스라히 멀어져가는 해질녘의 혜성
넷째는 2021년 12월 레너드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을 때 이스라엘의 네게브사막에서 일몰의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때 혜성과 지구의 거리는 3500만km였다.
4만년 전 지구에서 5200억km 떨어진 오르트구름대에서 탄생한 레너드혜성은 2021년 1월 지구-태양 거리의 5배 되는 곳(7억5천만km)까지 다가왔을 때 처음 발견됐다. 레너드혜성은 2022년 1월 근일점(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 통과와 함께 핵과 꼬리가 분해되면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목성과 두 위성 ‘이오’와 ‘유로파’. © Damian Peach/Royal Observatory Greenwich
붉은 ‘화산 위성’과 검은 ‘얼음 위성’
다섯째는 태양계의 맏형인 가스행성 목성과 두 위성의 대비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목성 왼쪽에 바짝 붙어 있는 듯한 위성은 ‘불의 천체’로 불리는 이오다.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인 이오는 태양계에서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한 천체다.
그 오른쪽 위의 까만 둥근 점은 얼음위성 유로파다. 두터운 얼음층 아래에 액체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4월 유로파를 포함한 목성의 얼음위성 3개를 탐사할 우주선 주스를 발사했다. 미 항공우주국은 2024년 10월 유로파 탐사선을 발사한다.
폭발 직전의 별과 성운. © Mark Hanson, Mike Selby/Royal Observatory Greenwich
마지막 폭발 전야의 중심별과 성운
여섯째는 별의 일생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천체인 볼프-레이에별 ‘WR 40’과 이 별에서 방출된 물질들이 만든 성운 ‘RCW 58’이다. 1만3천광년 거리의 용골자리 방향에 있다.
중앙의 별 ‘WR 40’이 초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먼지와 가스를 분출하고, 이것이 밖으로 팽창하면서 타원형 모양의 성운 ‘RCW 58’이 됐다.
볼프-레이에별은 폭발 전에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어 관측이 어렵다. 표면 온도가 2만~25만도로 매우 높고 밝기도 태양의 수천~수십만배에 이른다. 볼프-레이에란 명칭은 1867년 이런 특성의 별을 처음 발견한 두 프랑스 천문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초신성의 잔해가 만든 해파리 성운. © Peter Larkin/Royal Observatory Greenwich
일곱째는 약 5000광년 거리의 쌍둥이자리에 있는 해파리 성운이다.
별 일생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이 우주 공간에 남긴 잔해다. 다양한 필터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사진이다.
판도라 벽화 위의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 Derek Horlock/Royal Observatory Greenwich
오로라와 달이 연출한 녹색과 금색의 향연
여덟째는 ‘사람과 우주’ 부문의 최종 후보작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 낙소스섬에서 찍은 은하수다. ‘판도라의 상자’라는 사진 제목처럼, 한 버려진 호텔 벽에 그려진 신화 속의 인물 판도라가 밤하늘의 은하수와 대비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에메랄드빛 오로라와 검은 해변. © Lorenzo Ranieri Tenti/Royal Observatory Greenwich
아홉째는 아이슬란드의 해변가에 우뚝 선 베스트라호른산과 그 앞의 검은 해변을 비추는 오로라 사진이다.
베스트라호른산은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일조의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다. 오로라가 검은 해변에 내린 서리를 녹색으로 바꿔주고, 떠오르는 달은 모래의 잔물결을 금색으로 빛나게 해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