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전속도는 느려지고 있는 반면 화성의 자전속도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과 지구의 자전축은 각각 25도, 23.5도 기울어져 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많이 닮은 행성인 화성은 자전 주기가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
자전 주기가 24시간 37분으로 지구(23시간 56분)와 약 4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크기가 지구의 절반이기 때문에 자전 속도에선 큰 차이가 난다. 자전 속도가 지구는 시속 1670km, 화성은 시속 868km로 지구가 화성보다 약 2배 빠르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달의 중력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 효과 때문이다. 조석 효과란 다른 물체에 가까운 쪽이 먼 쪽보다 더 큰 중력의 힘을 받는 것을 말한다, 조수간만의 차이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조석력이다. 현재 지구의 하루는 100년마다 약 2밀리초(1밀리초=1천분의 1초)씩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화성의 자전속도를 측정하는 데 쓰인 인사이트의 장비 ‘라이즈’ 안테나. 미 항공우주국 제공
화성 1년마다 몇분의 1밀리초씩 빨라져
화성은 어떨까? 화성엔 달처럼 영향을 끼칠 만한 큰 위성이 없다. 화성의 두 달인 데이모스와 포보스는 지름이 각각 11km, 22km에 불과하다.
오히려 화성의 자전 속도는 지구와 달리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연구진은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자전 속도가 매년 4밀리아크초씩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화성 1년(687일)마다 몇분의 1밀리초만큼 화성의 하루가 짧아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지난해 말로 4년간의 임무를 마친 인사이트의 탑재 장비 가운데 하나인 ‘회전 및 내부 구조 실험(RISE)’ 기기를 이용해 화성의 회전 속도를 측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가 2022년 4월24일 화성 1211번째 날에 찍은 마지막 셀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나사 제공
팔을 안쪽으로 당겨 회전 속도 높이는 것과 같아
연구진은 그러나 이렇게 자전 속도가 변화하는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화성 극지에 얼음이 쌓이거나 얼음에 묻힌 땅이 융기하는 반등 현상을 포함해 몇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해서 생긴 화성의 질량 변화가 마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쭉 뻗은 채 회전하다가 팔을 안쪽으로 당기면서 회전 속도를 높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사는 이번 측정에 사용한 장치는 1970년대 바이킹 1, 2호나 1990년대 패스파인더 등 역대 화성 착륙선에서 모두 사용했던 것이지만, 착륙선 무선 장비와 지구 심우주통신네트워크의 안테나 장치 기술 개선으로 바이킹 때보다 5배나 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사이트가 화성 착륙 이후 첫 900일간 측정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인사이트의 지진계 측정을 토대로 추정한 화성의 내부 구조.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를 통해 액체 상태인 화성 핵의 크기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우선 이 장치의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성 핵의 반지름 추정값 1835km를 얻어냈다. 이어 이 수치를 인사이트의 지진계가 측정한 수치와 비교했다. 그 결과 화성의 핵 크기를 반지름 1790~1850km 범위로 추정할 수 있었다. 지구의 핵은 화성 핵의 약 2배인 반지름 3485km로, 화성의 전체 반지름 3390km과 비슷한 크기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50-0
Spin state and deep interior structure of Mars from InSight radio tracking.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