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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명 앓는 질환…세계보건기구 ‘고혈압 전쟁’ 선언

등록 2023-09-21 10:00수정 2023-09-21 14:22

WHO “매년 1080만명 조기사망 초래”
환자 5명 중 4명 적절한 치료 못 받아
첫 종합보고서 내고 ‘우선 관리’ 촉구
세계보건기구가 처음으로 고혈압의 실태와 예방, 관리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내고 세계 각국 정부에 고혈압과의 전쟁을 촉구했다. 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가 처음으로 고혈압의 실태와 예방, 관리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내고 세계 각국 정부에 고혈압과의 전쟁을 촉구했다. 픽사베이

고혈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꼽는 세계 최고의 사망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고혈압은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을 유발하지만 다른 질환과 달리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다. 지난 30년 새 고혈압 환자 수는 2배나 늘어났다. 1990년 6억5천만명이던 고혈압 환자는 지금 13억명에 이르렀다. 고혈압 환자 4명 중 3명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살고 있으며, 5명 중 4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고혈압 상황의 심각성에 주목해 고혈압 실태와 예방 및 관리 방법을 다룬 290쪽짜리 첫번째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세계 각국에 고혈압을 우선적인 건강 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일종의 고혈압과의 전쟁 선언이다.

보건기구는 보고서 첫머리에서 “87가지 행동, 환경, 직업 및 대사 위험 요인을 연구한 결과, 고혈압이 전 세계 조기사망의 가장 중요한 단일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혈압은 매년 약 1080만명의 조기사망을 초래한다. 이는 흡연이나 당뇨 등 다른 주요 원인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은 수치다.

국가 건강 프로그램 우선순위로 지정해야

보건기구는 특히 고혈압 환자 중 거의 절반이 자신이 심장마비나 신장 질환, 뇌졸중을 비롯해 갖가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잠재적 살인자’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데 주목했다.

보건기구는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고혈압 여부를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해 실천하면 2050년까지 76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1억2000만명의 뇌졸중, 7900만명의 심장마비, 1700만명의 심부전 발병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건기구는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고혈압 예방과, 조기 발견, 관리를 일차적으로 제공되는 국가 건강 프로그램에서 우선순위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고혈압은 간단하고 저렴한 약물 요법으로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에도 고혈압 환자 5명 가운데 1명 정도만이 고혈압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혈압 관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우선순위가 낮으며 자금도 크게 부족한 상태”라며 “고혈압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국가에서 보편적 건강 보장으로 가는 여정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 모범 관리 사례로 지목

보건기구는 캐나다와 한국을 고혈압 치료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로 들며 두 국가는 모두 성인 고혈압 환자의 50% 이상이 혈압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30~79살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7%로 세계 평균보다 다소 낮다. 여성이 21%, 남성이 32%로 남녀간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71%, 혈압 조절에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53%에 이른다. 보고서는 더욱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이 가동될 경우 2040년까지 7만8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기구는 고혈압 치료의 경제적 효과도 강조했다. 보건기구의 비전염성 질병 및 부상 담당 글로벌 대사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오늘날 대부분의 심장 마비와 뇌졸중은 저렴하고 안전하며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과 나트륨 섭취 감소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며 “1차 의료를 통해 고혈압을 치료하면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연간 수십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기구는 “고혈압 환자의 소득 손실은 가족 소득 뿐 아니라 국가 지디피(GDP)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고혈압 치료와 관리에 지출하는 1달러는 18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고혈압을 예방과 관리를 위해선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픽사베이
고혈압을 예방과 관리를 위해선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픽사베이

나트륨 섭취 제한, 규칙적인 운동해야

보건기구는 고혈압 예방이나 관리를 위한 생활 습관으로 나트륨 섭취 제한을 포함한 건강한 식단 유지, 체중 감량, 금연, 음주 절제, 규칙적인 운동 등을 권고했다.

공중보건 운동 단체 ‘리졸브 투 세이브 라이브스’(Resolve to Save Lives)의 대표 톰 프리든 박사는 “1시간마다 1000명 이상이 뇌졸중과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예방할 수 있는 고혈압이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저렴하고 ‘손이 닿는 범위’에 있고 1차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 고혈압 치료”라며 “이제 고혈압 치료가 ‘손이 닿는 범위’에서 벗어나 실제로 손이 닿도록 하려면 전 세계 정부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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