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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7 블랙홀 ‘팽이처럼’ 돈다…11년 주기 세차운동도 관측

등록 2023-09-28 15:35수정 2023-09-28 17:18

한국 등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
사상 첫 관측 성공한 M87 블랙홀서
11년 주기의 제트 세차운동 밝혀내
세차운동 중인 기울어진 부착원반 모델을 설명하는 이미지. 중심부 블랙홀의 회전축은 수직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블랙홀과 부착원반 사이의 회전축이 나란하지 않은 경우 부착원반과 제트의 세차운동이 일어난다. 천문연 제공
세차운동 중인 기울어진 부착원반 모델을 설명하는 이미지. 중심부 블랙홀의 회전축은 수직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블랙홀과 부착원반 사이의 회전축이 나란하지 않은 경우 부착원반과 제트의 세차운동이 일어난다. 천문연 제공

천문학자들이 블랙홀이 일정한 주기로 팽이처럼 축이 흔들거리며 회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블랙홀이란 핵융합 연료를 소진한 거대한 별이 마지막에 중력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초고밀도 천체로, 강력한 중력의 힘으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둬두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주변지대(사건지평선)를 지나가는 빛을 휘게 만들기 때문에 이 빛을 통해 블랙홀의 윤곽, 즉 ‘블랙홀 그림자’를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처녀자리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의 초대질량블랙홀이 내뿜는 제트의 세차운동 주기를 밝혀내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제트는 기체, 액체 같은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한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과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면서 발생한다. 지구에서 5400만광년 거리에 있는 M87 초대질량블랙홀(Vir A*)은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을 통해 인류 사상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로 질량이 태양의 65억배나 된다.

전 세계 45개 기관, 79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초장기선 어레이(VLBA), 한일공동 우주전파관측망, 동아시아-이탈리아 우주전파관측망(EATING) 등으로 얻은 관측 자료를 분석해 M87 초대질량블랙홀 제트의 방출 방향이 주기를 가지고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 관측을 통해 사상 최초로 얻은 M87 초대질량블랙홀 영상. 천문연 제공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 관측을 통해 사상 최초로 얻은 M87 초대질량블랙홀 영상. 천문연 제공

세차운동 통해 블랙홀 회전 증거 포착

과학자들은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발생한 에너지 중 일부가 제트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그동안 초대질량블랙홀의 회전을 직접 관측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지난 23년간 얻은 M87 블랙홀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데이터 분석과 함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블랙홀의 회전축이 부착원반의 회전축과 나란하지 않아 제트의 세차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세차운동은 M87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밝혔다. 세차운동이란 회전하는 천체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팽이가 회전하는 방식이 세차운동의 한 사례다. 연구진은 또 M87 초대질량블랙홀의 세차운동이 11년을 주기로 일어난다는 것도 알아냈다.

블랙홀의 세차운동 관측에 참여한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의 전파망원경. 천문연 제공
블랙홀의 세차운동 관측에 참여한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의 전파망원경. 천문연 제공

16개의 한중일 전파관측망이 큰 역할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의 일원으로 대부분의 관측에 참여했다. 세종시의 22m 전파망원경도 일부 관측에 참여했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은 연세대, 울산대, 제주 중문에 설치된 21m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관측망이다.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은 한국, 일본, 중국의 16개 망원경을 연결한 5000km에 걸친 관측망이다.

논문 제1저자인 추이유주 중국 저장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블랙홀과 부착원반 회전축이 어긋난 정도가 비교적 작고 세차운동 주기가 긴데, 장기간에 걸친 고해상도 데이터 분석으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논문 제2저자인 일본국립천문대 하다 가즈히로 박사는 “M87 블랙홀이 회전하는지 여부는 천문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에서 한국천문연구원의 노현욱 박사, 손봉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이건우 연구원, 경희대 박종호 교수 등 23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479-6

Precessing jet nozzle connecting to a spinning black hole in M87.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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