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3개의 전자스핀으로 새롭게 구현한 양자 컴퓨터용 ‘복수 큐비트 시스템’ 이미지.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일본·스페인·미국 연구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전자스핀으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의 자전으로 생기는 각운동량 단위인 전자스핀을 큐비트로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양자 컴퓨터 플랫폼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다.
연구팀은 지난 5월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제어해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복수 큐비트’ 시스템까지 구현했다. 이 연구 결과는 6일 <사이언스>에 실렸다.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로는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 제시돼 있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 논문에서 제시한 큐비트 플랫폼은 얇은 산화마그네슘 절연체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의 새로운 형태다.
연구팀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의 큐비트를 만들고, 이들을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구성한 큐비트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 정보처리에서 핵심적인 기본연산 게이트까지 구현해냈다. 이 과정은 절대온도 0.4K(-272.75℃)의 온도에서 수행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시한 플랫폼은 개별 큐비트가 1nm(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인 가장 작은 크기의 큐비트를 이용해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큐비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또 초전도체와 같은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의 재료로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배유정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양자정보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여러 개 조합된 복수의 비트를 하나의 큐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해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구글에서는 이미 2019년 초전도 방식을 활용한 52큐비트 양자컴퓨터 칩을 활용한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연산을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2021년에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양자컴퓨터 분야 선도 기업인 아이비엠(IBM)은 올해 안에 1121큐비트 수준까지 성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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