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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비만이 임자 만났다”…비만 치료제, 올해 최고 과학 성과에

등록 2023-12-18 09:30수정 2023-12-19 07:21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선정
MIT ‘10대 혁신기술’에도 포함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로 비만치료제를 선정했다. 픽사베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로 비만치료제를 선정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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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이후 세계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비만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 속에 출시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 속에 품귀 현상을 빚자, 굴지의 제약 대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장가치는 올해 들어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데 이어, 유럽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는 공장을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는 데도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TV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이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은 미국 인구의 1.7%나 된다.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에 비만 치료제가 선정됐다.

사이언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량 및 건강 개선 효과에 주목해 비만 치료제를 ‘2023년 올해의 성과’(2023 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새해 1월에 발표할 ‘2024년 10대 혁신 기술’에 비만 치료제가 포함돼 있다고 미리 밝혔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5가지 용량으로 나온다. 노보노디스크 제공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5가지 용량으로 나온다. 노보노디스크 제공

임상시험서 15% 체중 감량 효과

당뇨병,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비만은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최대 건강 문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70%가 과체중 상태이며, 유럽에서도 절반을 웃돈다. 이는 비만치료제의 잠재적 시장가치와 파급 효과가 그만큼 엄청나다는 걸 뜻한다.

사이언스는 ‘비만이 임자를 만났다’라는 제목의 발표 자료에서 “비만 약물 치료는 체중 감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비만은 약한 의지력의 결과라는 잘못된 믿음이 얽힌 안타까운 과거에서 시작됐다”며 “새로운 종류의 약물 치료법이 등장해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GLP-1은 반세기 이상 실패의 길만을 걸어온 비만치료제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 당뇨병을 연구하던 중 GLP-1이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1990년대 들어 GLP-1을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생쥐 실험을 통해 GLP-1이 쥐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만과 관련한 효과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를 모방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000년대 들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보노디스크가 새롭게 내놓은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가 2021년 6월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체중 관리용 약물로 허가를 받으면서 비만치료제로서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3상 시험에서 약 16개월 동안 15% 체중 감량이라는 전례없는 효과를 나타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이전 비만치료제의 3배에 이른다. 게다가 하루에 한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에는 오젬픽, 비만에는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인근에 있는 노보노디스크 본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인근에 있는 노보노디스크 본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적용 범위 확장…건강 개선 효과도

올해는 더욱 고무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9월과 11월에 각각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의 심부전 증상이 완화되고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이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이는 GLP-1 약물이 체중 감량 외에 건강을 개선시켜주는 효과까지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제품명 마운자로)에 이어 지난달 비만 치료제(제품명 젭바운드) 승인을 받은 미국 제약 대기업 일라이일리의 티르제파타이드는 임상시험에서 체중을 최대 21%까지 줄이는 더욱 유망한 결과를 보였다. 마운자로는 GLP-1와 GIP라는 2개의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이다. 일라이릴리는 식욕과 관련한 3개의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애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으로 약물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비만과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와인과 담배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다는 보고에 따라 약물 중독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자들은 이 약물이 음식 외에 쾌락에 대한 욕구와 연결된 뇌의 수용체에 달라붙어 욕구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도 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의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불어난다. 픽사베이
비만치료제의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불어난다. 픽사베이

약물 부작용·비싼 비용 문제 해결해야

그러나 약물의 부작용 문제도 만만찮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메스꺼움이나 다른 위장 질환 증상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9월 미국 보건 당국은 오젬픽 제품에 장 폐색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니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복용을 중단한 지 1년 후에 빠졌던 체중의 3분의 2가 회복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려면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약값이 한 달에 10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비싼 상황에서 체중 관리를 위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장기 복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사이언스 편집장 홀든 소프는 “유망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GLP-1 약물은 대답해야 할 더 많은 질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GLP-1를 포함한 새로운 비만 치료법은 비만을 단순한 의지력의 실패가 아닌 생물학에 뿌리를 둔 만성 질환으로 이해하도록 해줬을 뿐 아니라 비만을 치료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주축으로 한 한국 연구자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힌 상온 초전도체 LK-99의 한쪽이 자석 위에 떠 있는 모습. 동영상 갈무리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주축으로 한 한국 연구자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힌 상온 초전도체 LK-99의 한쪽이 자석 위에 떠 있는 모습. 동영상 갈무리

상온 초전도체 등은 ‘올해의 실패’로 꼽혀

비만치료제와 함께 올해의 혁신 경쟁을 벌인 후보에는 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법, 지하 천연수소 매장지 발견, 새로운 말라리아 백신, 인공지능(AI) 일기예보, 엑사급 슈퍼컴퓨터 등이 있다.

사이언스는 또 ‘올해의 실패(또는 몰락)’ 사례로 한국 연구진 등이 촉발한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란을 비롯해 미국의 남극 연구 지원 감축, 코로나19의 원인을 둘싼 미-중간 갈등,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엑스(옛 트위터)의 공론장 역할 축소를 꼽았다.

지난 3월 미국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대 교수가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월 한국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을 사전출판논문집 ‘아카이브’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디아스의 네이처 논문은 공동 저자들의 요청으로 지난 11월 철회됐고, 한국 연구진의 주장에 대해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가 최근 초전도체라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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