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과제 연구비 10~20% 일괄 삭감 통보
윤석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4조6천억원 삭감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비가 크게 줄어 정부 예산으로 채용한 연구원과 대학원생들을 내보내고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은 최근 대학 산학협력단과 개인 연구자들에게 올해 새로 시작하는 과제의 예산은 늘리면서 지난해 이전에 선정돼 해오던 계속과제는 10~20%씩 연구비를 일괄 삭감한다고 통보했다. 글로벌 리더 연구와 중견연구 등 ‘우수연구’는 10%, 기본연구, 생애 첫 연구 등 ‘생애기본연구’는 20%의 연구비를 일괄 감액한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 새로 연구 과제를 시작하는 ‘우수신진연구’의 경우 2억5천만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새로 하는 연구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연구비를 지난해 3159억6천만원에서 올해 4690억3800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해오던 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새로운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이다.
연구재단은 대신 “계속과제 중단을 희망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의 수행 포기로 인정하며 별도의 참여 제한 등 미부과 및 2024년도 신규과제 신청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안내했다. 연구비가 줄어 기존에 하던 연구를 그만두어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석·박사 학위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정보 사이트 ‘하이브레인넷’ 게시판에선 “무늬만 협의인 사실상의 예산(연구비) 삭감 통보를 받았다”며 “사실상 연구를 접으라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연구진은 “국가기관 공동과제를 하고 있는데 (올해 연구비가) 70% 삼각됐다. 30%라도 받고 계속하거나 조기 종결하거나 둘 중 선택하라는 식”이라며 “과제 예산으로 채용한 연구원, 대학원생은 갑자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특히 기존의 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신규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을 두고 “계속과제 하던 사람의 돈(연구비)을 뺏어서 새로 지원하는 사람 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는 등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이런 식이면 신진이든 중견이든 (기존 연구를) 중단한 뒤 재신청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