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성 수식으로 푼 ‘이토공식’…월가 분석에 쓰여 주목
67개 국가와 지역의 수학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국제수학연합(IMU)이 주는 ‘가우스상’의 초대 수상자로 일본의 이토 기요시(90) 교토대 명예교수가 22일 선정됐다.
이토 교수의 수상 업적은 지난 1942년 물의 분자운동 등 자연계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분석해 수식으로 나타내는 ‘확률미분방정식’을 창시한 것이다.
도쿄제국대학 이화학부를 졸업한 이토 교수가 전시인 당시 내각 통계국에서 통계관으로 근무하면서 수학자들의 서클지에 발표한 ‘이토 공식’은, 전후 영문으로도 번역돼 소개됐으나 별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이론은 물리학이나 공학, 생물학을 거쳐, 80년대부터 주가나 환율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예측하는 금융공학 분야에서 응용되면서 주목받았다.
미 하버드대 로버트 머턴 교수 등이 고안해낸 금융파생상품의 가격결정에 관한 ‘블랙-숄스 이론’의 토대가 됐다. 머턴 교수 등은 그 공로로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탔고, 그 바람에 이토 교수는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이 됐다.
이토 교수는 나고야대 조교수를 거쳐 1952년부터 79년까지 교토대, 79년부터 85년까지 학습원대학 교수 등을 지냈다. 그는 22일 “함께 수학을 연구해온 동료들은 물론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영역까지 성과를 응용해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우스상은 공학·비즈니스·실생활 등 수학 이외의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수학 연구성과를 표창하기 위해 독일 수학자 가우스의 이름을 따 올해 제정한 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회의에서 수여되며, 상금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과 같은 1만유로(약 1400만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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