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앨퍼
‘빅뱅 이론’ 증명에 큰 기여를 한 미국의 과학자 랠프 앨퍼 박사(사진)가 지난 12일(현지시각)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병원에서 86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앨퍼 박사는 지난 2월 넘어져 엉덩이 뼈가 부러진 이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앨퍼 박사는 그동안 “빅뱅 이론의 잊혀진 아버지”로 불려 왔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노벨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으며 아주 최근까지도 그의 노력이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앨퍼 박사는 1946년 조지워싱턴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약 140억년 전 우주의 최초의 폭발로부터 나온 배경 복사가 존재했다는 것을 계산해 빅뱅 이론의 근거를 제시했으나, 그의 이름은 조지 가모프 등의 이름에 가려 학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앨퍼는 그 뒤 존스 홉킨스대의 로버트 허먼과 함께 빅뱅 때 나온 우주배경복사가 아직도 우주에 있으며 절도온도 5도 정도 된다는 가설의 두번째 논문을 발표했으나, 우주는 지금 크기 대로 멈춰 있다는 ‘정상우주론’이 지배하고 있는 학계에서 또다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뒤 1964년 벨 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절대온도 3도 가량의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를 확인했고, 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나 앨퍼는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
앨퍼의 논문은 1993년 발간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최초의 3분간〉이라는 책에서 “우주의 초기 상태에 관해 최초로 완전하게 분석한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달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과학자상인 미국 국가 과학 훈장을 받았다.
김학준 기자, 오스틴/UPI 연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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