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불국사 건물을 떠받치는 기단부 석축은 지진에너지를 적절히 흡수하는 완충 구실을 해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황상일 교수 “세계적 건축술”
활성단층이 지나가는 불국사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지반이 가장 불안정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역사문헌에는 통일신라시대인 779년에 ‘땅이 흔들리고 민가가 무너져 죽은 자가 100여명이나 됐다’는 문헌상 최대의 지진 피해도 기록됐다. 그런데도 불국사가 1200여년 동안 지진을 견디며 거의 본래 모습을 지켜온 비결은 뭘까?
불국사의 내진구조를 조사해온 황상일 경북대 교수(지리학)는 11일 “비탈진 곳에 돌을 쌓아 건물 터로 만든 불국사 남쪽과 서쪽 기단부 석축(축대)에 여러 내진공법이 적용됐음을 확인했다”며 “8세기 신라인은 돌을 활용한 세계 수준의 내진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석축이 땅과 건물 사이에서 지진에너지를 흡수하는 완충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불국사 600m 반경 안에 기존에 알려진 3개의 활성단층 외에 경내 밑을 지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 하나가 더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그러나 대웅전 남회랑 석축과 석가탑 하부구조 등에 쓰인 ‘그렝이’ 기법(울퉁불퉁한 자연석 위에다 맞닿는 면을 맞춰 다듬은 석재를 얹는 것) 등 내진설계가 불국사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목조 양식을 석재에 응용한 이런 구조는 지진 때 좌우 흔들림을 잘 견디고 석재들 사이에 틈을 두어 석재들의 미세한 운동과 열, 소리에너지로 지진에너지를 상당량 소모시킨다”고 말했다.
또 청운교·백운교의 ‘결구(짜맞춤)’나 석축에 박힌 ‘동틀돌’ 등에도 목조 건축양식의 내진 기능이 응용됐다. 황 교수는 “지진 때 석축 안쪽에 쌓은 석재들이 흔들리지 않게 석축에 못처럼 규칙적으로 박아둔 길이 1.8m 동틀돌의 내진공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신라만의 뛰어난 건축술”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연구는 <대한지리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불국사 건물을 떠받치는 기단부 석축에 적용된 ‘그렝이’ 기법과 ‘동틀돌’은 지진 에너지를 견디는 내진 구조를 보여준다. <불교평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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