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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마이크로 거울’로 메가번개 정체 밝힌다

등록 2007-12-05 20:12

구름 위의 메가번개 /멤스 망원경 ‘캠텔’의 작동원리와 구조
구름 위의 메가번개 /멤스 망원경 ‘캠텔’의 작동원리와 구조
[한국 최초 우주실험의 연출자들]
④ 멤스 우주망원경연구단장 박일흥 교수
반도체 물질인 실리콘 웨이퍼에다 가로·세로 0.3㎜ 크기의 ‘마이크로 거울’을 새긴다. 거울 하나하나에 가로·세로 축과 스프링을 달고 거울 판과 거울 밑판에 미세하게 음전하(-)나 양전하(+)를 흘리면, 거울과 밑판은 전기력으로 밀고 당기면서 거울 각도를 조절한다.

이런 마이크로 거울을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수백만개나 모아 우주는 물론 지구 상층에 출현하는 거대한 섬광 현상의 정체를 밝히려는 우주망원경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프로젝트 본부는 이화여대 종합과학관동에 있는 ‘멤스 우주망원경연구단’이다.

거대 우주를 관측하면서 거대 거울이 아니라 마이크로 거울을 이용하려는 건 왜일까? 연구단장인 박일흥 이화여대 교수(물리학)는 5일 “거울 몸집이 작으면 거울 각도를 순식간에 움직여 갑작이 출현하는 여러 빛에너지의 발생과 움직임을 포착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거울들로 이뤄진 이 망원경은 전자신호칩으로 제어해 0.001초만에 하나하나의 거울 각도를 움직여 목표물의 움직임을 좇을 수 있다.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MEMS·멤스)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망원경으로 이름이 ‘멤스 우주망원경’이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거울들로 이뤄진 망원경
“0.001초 만에 각도 움직여 목표물 움직임 좇아
“내년 번개 수평 단편 관측…우주에너지 추적 꿈”

멤스 우주망원경연구단장  박일흥 교수
멤스 우주망원경연구단장 박일흥 교수
멤스 망원경은 내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첫 선을 보인다. ‘캠텔’(KAMTEL)이란 이름이 붙은 이 망원경은 내년 7월께 러시아 위성 ‘타티아나노2호’에 실려 발사되는 소형 우주망원경 ‘엠텔’(MTEL)의 시험판이다. 모두 256개의 마이크로 거울이 망원경 눈이 된다.

캠텔과 엠텔은 지구 고층대기에서 일어나는 ‘메가번개’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보통 번개와 달리 구름 위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메가번개’의 존재는 수십년 전부터 비행사들의 목격담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그 정체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못했다. 그 규모가 크게는 수십km에 이르러 보통 번개의 1000배나 된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붉은 빛기둥의 ‘스프라이트’, 구름 위에서 솟구치는 파란 빛의 ‘블루젯’ 따위 이름이 메가번개에 붙었다. 1989년 이후 지상과 비행기, 우주선에서 사진 촬영이 이뤄졌으나 아직 관련 정보는 단편적이다.


박 교수는 “내년이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거대 번개를 관측할 수 있어 처음으로 번개의 수평 단편을 보게 될 것”이라며 “순식간에 섬광 지점으로 향할 마이크로 거울이 지금껏 몰랐던 거대 번개의 새로운 영상들을 포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주정거장은 하루 15번씩 지구를 돌며 지구의 밤시간대를 지날 때에 번개를 관측할 예정인데, 하루 10여개의 메가번개 영상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관측망원경과는 완전히 다른 작동 원리를 지닌 이 멤스 망원경의 아이디어는 고대 그리스 역사에서 얻어왔다고 한다. 박 교수는 “그리스 과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가 병사들한테 거울 조각을 하나씩 나눠주고 각자 움직이게 해 태양빛을 모아 침공한 로마 군함을 불태웠다는 얘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멤스 망원경은 ‘아르키메데스 거울의 현대판’이라고 그는 말한다.

박 교수는 1주일간의 우주정거장 관측 시험보다는 내년 7월 발사되는 러시아 위성에 실려 1~3년간 메가번개를 오래 관측할 엠텔 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큰 계획도 있다. 연구단은 다음 단계로 우주에서 가장 큰 빛에너지을 쏟아내는 ‘감마선 폭발’이 우주공간에서 생겨나는 폭발 초기를 관측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감마선 폭발이 어디에서 왜 생기는지는 현대우주론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박 교수는 “기존 망원경은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면 관측 각도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려 폭발 100초 이후의 영상만을 포착하는 데 비해 멤스 망원경은 100초 이전의 폭발 초기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감마선 폭발 직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무려 4만개의 마이크로 거울이 쓰인다.

더 나아가 수백만개의 마이크로 거울로 구성된 초대형 멤스 망원경을 세워,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우주의 최대에너지를 관측, 추적하는 관측사업도 꿈꾸고 있다. 이런 야무진 프로젝트들이 내년 4월 우주정거장에 오르는 ‘켐텔’을 통해 처음 시험대에 오른다.

켐텔의 바깥에 새겨질 ‘은성기계’라는 이름이 눈길을 끈다. “캠텔 제작과정에서 알게 된 서울 청계천의 작은 정밀기계공장인데 장인 정신과 열정에 연구팀이 감명받아 이름을 새겨넣기로 했다”고 한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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