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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개구리 떼죽음 내모는 ‘항아리곰팡이’ 비상

등록 2007-12-12 20:47

항아리곰팡이의 한살이
항아리곰팡이의 한살이
양서류 피부에 기생 치사율 90%…파나마 개구리 거의 멸종
작년 일본에서도 발견…한국, 내년 본격 실태조사 나서기로
기이한 아프리카 토종 곰팡이가 세계로 퍼지면서 지구 개구리들이 떼죽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말로 ‘항아리곰팡이’로 불리는 이 곰팡이는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를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양서류 피부에 있는 ‘케라틴’ 성분을 먹고 사는데, 대부분 개구리가 이 곰팡이 병에 걸리면 피부 호흡 곤란 등으로 죽을 확률이 90%에 이른다. 모양도 기이하고 번식 방법도 기이하다. 항아리 모양을 한 이 곰팡이의 ‘항아리’ 안엔 꼬리 달린 홀씨들이 자란다. 이 홀씨들은 다 자라면 하나씩 항아리 주둥이로 빠져나와 물속에서 숙주를 찾아 운동하다가 양서류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식으로 번식한다.

이 곰팡이는 1993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1990년대에 파나마에서 재래종 ‘황금개구리’를 거의 멸종시키면서 악명을 떨쳤다. 박세창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2004년까지 한 해에 28㎞ 정도씩 퍼지면서 파나마 전역에서 황금개구리 90%가 절멸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 이 곰팡이는 미국과 유럽으로도 번졌다. 또 지난해 12월엔 일본에서도 애완용 개구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으며, 올해엔 여러 감염 사례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
일본 환경성 공무원인 사와시 야스마사는 지난 10일 서울대 비케이21 수의과학인력양성사업단 등 주최로 열린 ‘항아리곰팡이 국제심포지엄’에서 “지난해 12월 첫 발견 직후부터 학교와 학생들의 애완용 개구리 사육 실태를 조사하고 라디오 홍보와 함께 검역체제 마련 등 갖가지 수단을 써서 곰팡이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이 곰팡이를 처음 발견한 우네 유미 아자부대학 교수는 “일본에서 야생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기르는 개구리와 야생 개구리의 유전자와 조직을 표본조사해보니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이 곰팡이는 어디에서 처음 생겨났을까? 이 곰팡이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1930년대 아프리카 재래종인 발톱개구리가 실험동물로 세계 각지로 퍼지면서 개구리에 기생하던 아프리카 항아리곰팡이 종도 함께 세계화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애완용, 전시용 양서류나 이 곰팡이에 저항성을 갖춘 황소개구리를 통해 더욱 빠르게 전파됐으며, 항아리곰팡이 홀씨가 든 물을 통해 더욱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나마 황금개구리
파나마 황금개구리
치명적 독성 만큼 치명적 약점도 있다. 무엇보다 온도에 민감하다. 리처드 스페어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쿡대학 교수는 “기온이 항아리곰팡이병의 확산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실험결과 100도에선 1분 안에 죽고 37도에선 4시간만에 폐사하지만 26도에선 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적 성장 온도는 섭씨 17~23도다.

전문가들은 곰팡이가 야생으로 나아가면 근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숙주가 없어도 3주 정도나 물속에서 생존하며 강력한 번식력 때문에, 일단 야생에서 번지기 시작하면 한 지역의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맞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논두렁 한 곳의 개구리가 한 해 동안 6만~7만마리의 곤충을 잡아먹고, 개구리는 야생 쥐를 잡아먹는 뱀의 좋은 먹잇감이기에, 개구리가 떼죽음을 당하면 그 피해는 사람한테로 2차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며 “야생 개구리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반도 개구리들은 곰팡이 먹이인 피부의 케라틴 층이 상당히 얇아 곰팡이 감염에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도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계기로, 서울대 수생동물질병학교육연구실(02-880-1282)과 야생동물유전자은행(02-888-2744)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항아리곰팡이병에 대한 실태 조사와 검역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항아리곰팡이의 확산에 대처해,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2008년을 ‘개구리의 해’로 삼아 항아리곰팡이를 비롯해 여러 전염병이 잦아들 때까지 ’노아의 방주’처럼 멸종 위기의 개구리 종들을 따로 보존했다가 풀어주자는 ’양서류의 방주’ 사업(amphibianark.org)을 펼칠 계획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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