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원재, 유지환 김성희
이화여대 이원재·유지환·김성희 연구팀 ‘코달 유전자’ 기능 처음 밝혀내
혈관에 세균이 침입하면 생명체는 자기몸을 보호하고자 항균 면역체제를 총가동해 대항한다. 그런데 생물체의 장엔 무수한 세균들이 버젓이 득시글댄다. 우리 몸엔 몸세포 수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100조 개의 장내세균들이 산다. 어떻게 장내세균들은 그 무서운 면역체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팀이 이런 수수께끼를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이화여대 생체공생시스템연구단 이원재(41·왼쪽) 교수와 유지환(38·가운데) 박사, 김성희(34·박사과정·오른쪽)씨 등 연구팀은 ‘코달’이라는 유전자가 평소 항균 면역체제를 억눌러 장내세균과 생명체가 공생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이 연구성과는 저명한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주요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며 24일 온라인판에 먼저 발표됐다.
연구팀은 ‘면역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코달 유전자가 장의 면역체제를 억제함으로써 다수의 좋은 공생균(유산균 등)과 소수의 나쁜 공생균(비병원성 대장균 등) 모두가 생명체의 장 세포들과 맞서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산다는 사실을 초파리 유전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또 코달 유전자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억눌려 있던 항균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이 생겨나 좋은 균은 줄고 나쁜 균이 득세하는 바람에 장에 염증이나 세포사멸을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장내세균과 면역체제의 관계를 유전자 수준에서 처음 밝힌 것”이라며 “공생 불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장염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