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정하웅 교수가 증명해낸 효모의 단백질 2천여종의 결합관계를 나타낸 네트워크.
10년전 한국인이 ‘허브’ 존재 첫 입증
물리학 넘어 경제·사회 분야로도 발전 “한국을 아시아의 허브로!” 익숙한 구호에 담긴 ‘허브’의 참뜻은 사실 최근에야 확립됐다. 네트워크에서 얽기섥기 이어진 연결선이 겉으론 제멋대로 같지만 사실 ‘허브’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이 10년 전쯤 물리학에서 처음 입증됐다. 1999년 노트르담대학 바라바시 교수와 함께 ‘허브’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처음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한 정하웅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물리학)는 “이전까지 네트워크는 무작위로 이어진 연결망이라고 여겼지만 실제 월드와이드웹의 연결망을 실제 분석해보니 통념과 달리 연결선의 특정한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98년 와츠와 스트로가츠 연구팀이 <네이처>에 모든 네트워크엔 지름길이 있기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몇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이른바 ‘좁은 세상 네트워크’ 모형을 발표해, 과학계에 ‘네트워크 연구’ 붐을 일으켰다. 여러 연구를 통해, 허브는 항공망, 단백질 상호작용망, 신경망 같이 완전히 다른 네트워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이른바 연결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대부분 네트워크에서 확인됐다. 인간관계에서도 거의 제약 없이 연결선을 넓히는 ‘스타’나 ‘마당발’, ‘유력인사’가 존재하며, 수많은 섹스 연결선을 지닌 ‘섹스 허브’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항공망은 하늘길을 계속 늘려 제약 없는 허브가 될 수 있지만, 한정된 땅 위의 도로망은 허브가 되기 어려움도 밝혀졌다. 정 교수는 2001년 <네이처>엔 효모의 단백질 2천여종의 결합관계를 나타낸 네트워크(그림)를 작성해 여기에도 ‘허브’ 단백질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그는 “일일이 유전자-단백질 실험을 하지 않고서도 어떤 단백질이 중요한 단백질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네트워크 그림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연구는 경제·사회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복잡계센터 연구원(물리학)은 “주식 종목들은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의 망을 이루는데 이런 네트워크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종목들을 선택해 위험을 회피하는 포트폴리오 기법들이 연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비자 네트워크 안에서 ‘허브’ 구실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찾아 그들을 중심으로 집중 마케팅을 펼치는 기법에도 응용된다. 또 전염병과 컴퓨터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감염자 허브’를 찾아낸다면 방역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오철우 기자
물리학 넘어 경제·사회 분야로도 발전 “한국을 아시아의 허브로!” 익숙한 구호에 담긴 ‘허브’의 참뜻은 사실 최근에야 확립됐다. 네트워크에서 얽기섥기 이어진 연결선이 겉으론 제멋대로 같지만 사실 ‘허브’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이 10년 전쯤 물리학에서 처음 입증됐다. 1999년 노트르담대학 바라바시 교수와 함께 ‘허브’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처음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한 정하웅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물리학)는 “이전까지 네트워크는 무작위로 이어진 연결망이라고 여겼지만 실제 월드와이드웹의 연결망을 실제 분석해보니 통념과 달리 연결선의 특정한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98년 와츠와 스트로가츠 연구팀이 <네이처>에 모든 네트워크엔 지름길이 있기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몇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이른바 ‘좁은 세상 네트워크’ 모형을 발표해, 과학계에 ‘네트워크 연구’ 붐을 일으켰다. 여러 연구를 통해, 허브는 항공망, 단백질 상호작용망, 신경망 같이 완전히 다른 네트워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이른바 연결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대부분 네트워크에서 확인됐다. 인간관계에서도 거의 제약 없이 연결선을 넓히는 ‘스타’나 ‘마당발’, ‘유력인사’가 존재하며, 수많은 섹스 연결선을 지닌 ‘섹스 허브’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항공망은 하늘길을 계속 늘려 제약 없는 허브가 될 수 있지만, 한정된 땅 위의 도로망은 허브가 되기 어려움도 밝혀졌다. 정 교수는 2001년 <네이처>엔 효모의 단백질 2천여종의 결합관계를 나타낸 네트워크(그림)를 작성해 여기에도 ‘허브’ 단백질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그는 “일일이 유전자-단백질 실험을 하지 않고서도 어떤 단백질이 중요한 단백질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네트워크 그림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연구는 경제·사회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복잡계센터 연구원(물리학)은 “주식 종목들은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의 망을 이루는데 이런 네트워크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종목들을 선택해 위험을 회피하는 포트폴리오 기법들이 연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비자 네트워크 안에서 ‘허브’ 구실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찾아 그들을 중심으로 집중 마케팅을 펼치는 기법에도 응용된다. 또 전염병과 컴퓨터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감염자 허브’를 찾아낸다면 방역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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