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교수팀 ‘사이언스’에 메커니즘 규명·발표
우리가 옛일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의 집’은 허물어졌다 다시 지어진다는 사실이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밝혀졌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기억제어연구단장) 연구팀은 9일 과거를 회상할 때 옛 기억이 저장된 장소인 시냅스(신경정보 전달 경로)의 연결망이 허물어졌다가 다시 구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메커니즘을 특수 단백질의 분해 과정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신경과학에서 기억이란 뇌 안에서 특정 시냅스들의 연결고리가 강화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어릴적의 즐겁거나 무서운 기억, 암기한 수학 공식의 기억들이 남는 건 뇌 안에서 단백질 합성을 거쳐 특정 시냅스의 연결고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신경과학계에선 기억의 저장소인 단단한 시냅스 연결고리가 회상 때엔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지면서, 그 이유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지속돼왔다.
이번 연구에서 강 교수 연구팀은 옛 기억을 떠올릴 때 시냅스를 이루는 신경세포들이 특수 단백질의 분해 과정을 일으켜 시냅스의 단백질 분해를 증가시킴으로써 기억을 부호화한 시냅스를 허물어뜨리며, 허물어진 시냅스는 회상 직후에 단백질 합성을 거쳐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연구결과는 회상 과정에서 최신 기억의 재조직화가 일어남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강 교수는 “이 연구는 한번 저장된 기억이 다시 구성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점뿐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거나 변형하는 의학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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