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인제대 교수, 교신저자…‘동료심사제’ 허점 드러나
국내 연구자가 교신저자로 참여해 쓴 과학 논문이 국제학술지 온라인판에 발표됐다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결국 출판이 취소됐다.
25일 단백질체 분야 학술지 <프로테오믹스>의 온라인판과 나라 안팎 학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모하마드 와다 이집트 카이로대학 교수(제1저자)와 한진 인제대 교수(교신저자)가 이 학술지에 낸 비평논문의 여러 문장이 다른 학자들의 이전 논문 4편과 20여군데나 중복된 것으로 확인돼 논문 출판이 취소됐다. 학술지 쪽은 최근 표절 사실을 확인하고 논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논문 취소는 표절 논란이 일자 한 교수가 먼저 요청했다.
문제의 논문은 ‘미토콘드리아, 육체와 영혼의 잃어버린 고리: 단백질체학의 증거’란 제목의 비평논문으로 지난달 23일 <프로테오믹스> 온라인판에 먼저 발표됐다.
논문의 표절을 밝힌 건 과학자 블로그꾼들이었다. 지난 6일 ‘파링굴라’라는 과학 블로그에 주인장인 폴 마이어스 미국 교수가 ‘창조자’를 언급한 논문 내용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과학자들의 댓글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존 맥도널드 미국 교수가 20여군데 표절 사실을 확인해 이곳에 공개했고, 이 사실이 여러 나라 블로그들로 퍼지자 학술지 쪽이 조사에 나섰다.
국내외 과학 블로그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과학자의 연구윤리를 다시 일깨우면서, 표절을 걸러내지 못한 채 논문 발표를 승인한 ‘동료심사제’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봉희 가천의대 교수는 “공저 논문을 쓸 때 다른 저자가 쓴 인용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지는 게 교신저자인만큼 한국 과학자가 표절 책임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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