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박막을 고무 기판에 붙여, 구부리고 잡아 늘릴 수도 있는 반도체 소자.
‘사이언스’ 발표…신축성 활용 전자피부등 응용
피부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실리콘 반도체 소자가 만들어졌다.
한국인 연구자들이 주축을 이룬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27일 “구부리거나 잡아 늘릴 수 있는 단결정 실리콘 집적회로(사진)를 개발했다”며 “트랜지스터, 증폭기, 논리소자로 쓸 수 있는 이 소자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성능을 거의 똑같이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휘는 전자소자는 여럿 개발됐으나, 피부 같은 신축성을 갖춘 전자소자는 처음이다.
이 연구엔 안종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대형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과정, 최원묵 삼성종합기술원 박사가 제1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 27일치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1㎜ 미만 두께의 투명 고무 기판 위에다 매우 얇은 실리콘 박막을 붙인 뒤 집적회로를 구현했다. 깨지기 쉬운 규소 성분의 실리콘이 잡아 늘리거나 휘어도 부서지지 않게 하려고, 1㎜ 미만 두께의 기존 실리콘 웨이퍼를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의 박막으로 잘라 썼다. 박막엔 다시 얇은 고무 막을 입혔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소자가 사람 피부를 흉내낸 인공 전자피부나, 휘거나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트랜지스터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또 몸에 붙이고 다니는 건강기록장치나 수술 중에 환자의 몸 상태를 감지하는 ‘스마트 수술장갑’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2006년엔 휘는 실리콘 소자를 만들어 <사이언스>에 발표한 적이 있는데, 요즘엔 잡아 늘릴 수 있는 ‘신축성’이 이 분야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며 “인공 전자피부 같은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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