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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 인공태양 ‘케이스타’ 첫 불꽃

등록 2008-07-16 19:06수정 2008-07-16 19:24

케이스타의 시운전에 앞서 연구진들이 핵융합 실험로 내부를 살피고 있다.(위) 아래는 케이스타의 초진공 실험로 안에서 0.249초 동안 플라스마가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모습. 고속 촬영한 연속 장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케이스타의 시운전에 앞서 연구진들이 핵융합 실험로 내부를 살피고 있다.(위) 아래는 케이스타의 초진공 실험로 안에서 0.249초 동안 플라스마가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모습. 고속 촬영한 연속 장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스마’ 생성해 핵융합 시동
태양에너지 원리와 같아…‘초고온’ 유지가 관건
‘인공태양’이란 별명을 얻은 차세대 핵융합 실험로 ‘케이스타’(KSTAR)가 핵융합의 첫 불꽃을 성공적으로 켰다. 청신호, ‘오케이’ 사인이다. 이로써 핵융합을 위한 ‘플라스마’ 물질 상태를 실험로 안에 구현해 실험로의 정상 가동을 확인한 동시에 국내 핵융합 실험의 첫발을 내디뎠다.

16일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달부터 첫 플라스마 생성 시운전을 벌이면서 10만 암페어 이상의 전류를 지닌 섭씨 200만도의 플라스마를 만들어 0.249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문가 10명으로 플라스마검증위원회를 꾸려 세 차례 현장조사를 했으며, 김정구 검증위원장(한국물리학회장)은 “케이스타가 플라스마를 성공적으로 생성해 고성능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케이스타는 초고온·초진공 상태에서 태양 에너지의 발생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려는 실험장치로, 12년 만인 지난해 시설을 완공하고 시운전을 벌여 왔다. 케이스타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이터’(ITER)를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연구의 한 축이기도 하다.

첫걸음에 갈 길은 멀다. 권면 핵융합연구소 선임연구단장은 “원래 불안정한 플라스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제어 기술, 플라스마 온도를 섭씨 1억도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가열 기술이 케이스타가 해야 할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첫 플라스마는 섭씨 200만도의 ‘비교적 저온’에서 이뤄졌는데, 실제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1억도 이상 초고온이 10초 이상 이어져야 한다. 케이스타의 최종 목표는 3억도 이상 초고온에서 플라스마를 300초 가량 유지하며 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핵융합연구소 계획안을 보면, 케이스타 연구자들은 2012년까지 5년 동안 플라스마 제어·운전 기술을 확보하고, 2017년까지 ‘100초 유지’에 도전하며, 다시 2022년까지 3억도 플라스마의 300초 유지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단장은 “지금 세계 수준에선 10초 가량 유지하는데, 앞으로 300초 유지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면 그 이상의 장시간 지속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플라스마는 핵융합의 첫걸음 열을 가하면 고체는 액체가 되고, 액체는 기체가 된다. 기체에 매우 높은 열을 가하면 기체는 더욱 자유로운 물질 상태가 된다. 기체 원자들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 ‘전자 없는 원자핵’은 좌충우돌하는 자유운동을 한다. 전자들이 쏜살같이 흘러 방전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불안정한 ‘고온 기체’, 곧 플라스마가 된다. 플라스마 상태에선 전자를 벗어던진 원자핵들이 핵 대 핵으로 직접 부딪쳐 핵융합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상에선 ‘제4의 물질 상태’로 일컫지만, 사실 플라스마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방전 현상인 형광등 빛이나, 오로라·번개는 전자와 핵이 분리된 플라스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태양은 그 자체가 플라스마다. 이경수 이터한국사업단장은 “태양이 빛을 낼 수 있는 건 태양 자체가 핵반응을 일으키는 거대 플라스마이기 때문”이라며 “태양의 99%가 플라스마”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양은 인공태양의 목표인 1억도 이상 3억도에 훨씬 못 미치는 1500만도의 플라스마에서도 쉽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태양의 규모가 거대하고 중력도 엄청나, 원자핵들이 달아나지 못한 채 쉽게 충돌하고 쉽게 융합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수소핵들이 융합해 좀더 무거운 헬륨핵이 되면서 질량 결손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키는 게 태양의 주된 핵반응 방식이다.


이경수 단장은 “핵반응을 위한 최적 온도가 거대 태양 안에선 1500만도로 충분하지만 지상의 작은 인공 플라스마에선 1억도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유럽연합·미국·러시아·중국·일본·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한 이터 프로젝트는 2015년까지 프랑스 남부에 국제 핵융합 실험로를 지어 2016년부터 가동하고, 2030년대엔 핵융합 방식의 시험발전소(데모플랜트)를 세우겠다는 일정을 정해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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