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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마니산 제천대는 천문관측소였다”

등록 2008-10-02 14:30

지난해 개천절에 태백산 천제단에서 개천대제가 열리는 동안 하늘을 상징하는 별자리 깃발들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다. 둥근 천제단 바깥의 네 방향에 7개씩 모두 28개의 별자리 깃발이 놓이는데, 이런 별자리 깃발의 모양과 배치는 동양의 대표적 28개 별자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홍진 박사 제공
지난해 개천절에 태백산 천제단에서 개천대제가 열리는 동안 하늘을 상징하는 별자리 깃발들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다. 둥근 천제단 바깥의 네 방향에 7개씩 모두 28개의 별자리 깃발이 놓이는데, 이런 별자리 깃발의 모양과 배치는 동양의 대표적 28개 별자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홍진 박사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워크숍
고대 제천의례는 천문학과 분리 안돼
개천절, 음력으로 바꿔야 주장도 제기
‘하늘’에 제를 올리는 개천절의 제천 의례는 고대인들의 천문 지식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실제로 제천대가 오랜 동안 천문 관측의 공간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고천문학계에서 제시됐다. 또 학자들은 현행 양력 10월3일인 개천절의 날짜를 ‘음력 10월3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일 대전 천문연구원 대회의실에서 ‘하늘이 열린 날, 천문을 얘기하다’라는 주제로, 밤하늘의 별자리를 헤아리던 고대인의 마음과 천문 지식을 복원하려는 고천문학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홍진 박사(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그룹)는 “신라 첨성대의 구조와 비교해 보면 강화도 마니산의 제천대는 단지 제의만을 올리는 제단이 아니라 천문 관측도 하던 곳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단 구조를 보면, 마니산 참성단뿐 아니라 태백산 천제단, 구월산 삼성사(북한)의 제천대들은 모두 바깥쪽은 원형, 안쪽은 사각형(방형)을 한 독특한 모습을 갖췄는데,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각지다”라고 믿던 동아시아 고대인의 ‘천원지방’(天圓地方) 우주관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종교와 과학이 분리되지 않던 시대에 과학이 종교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곳이 천문대로 쓰였음을 보여주는 문헌 사료도 있다. 양 박사는 “조선 시대 국가천문기관인 ‘서운관’의 기록집 <서운관지>를 보면, 특별한 천문 현상이 나타날 때 천문학자들이 마니산에 가서 천체를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관천대(천문대)가 여럿 생기기 전까지 마니산은 천문 관측소로 이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천제의 성화 채화 때 등장하는 ‘칠선녀’가 민속신앙으로 뿌리깊게 자리잡은 ‘북두칠성’의 일곱 별을 각각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이용복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여러 청동기와 고인돌 유물에 남은 별자리 그림 등을 볼 때 고조선의 천문 지식이 고대 천문학의 본산이던 중국에 못잖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고구려 고분의 별자리, 또 이를 바탕으로 삼은 조선 초기의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면 중국의 전통 별자리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며 “이런 (독자적) 천문 지식의 전통은 고구려가 이어받은 고조선의 천문 지식에서 비롯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분과 생활 유물들 곳곳에서 북두칠성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각별한 애착이 드러나는 점을 근거로 들어, 북두칠성이 고대 이래 우리 전통 천문학의 특징을 이룬다고 해석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고천문학과 현대우주론을 두루 연구하는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천문학)는 중국과 우리의 천문역법 사료를 비교하며 현행 양력 10월3일인 개천절 날짜를 음력 10월3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개천절 날짜는 1949년 국회가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양력 10월3일로 정했다. 박 교수는 “동양 고대사를 볼 때 단군조선 시대에도 달의 위상을 따라 ‘태음력’으로 날을 세어나갔을 것”이라며 “대략 2천년 전부터 축제와 제천제가 함께 열렸던 개천일을 기념하려면 당연히 음력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재 천문연구원장은 “개천절에 남아 있는 천문학적 요소와 의미를 찾아보고 우리 천문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워크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천문학은 관측기록 등 사료와 유물을 분석해 옛 천문 지식을 복원하고 수백~수천년의 오랜 천문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로, 국내에서도 자연과학인 천문학과 인문학인 역사를 아우르는 융합 학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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