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걸려 지표기능
과학의 조각 그림을 맞추려는 연구자들은 때때로 엉뚱한 곳에서 해결의 단서를 찾아나선다. 수십만년 전 지구의 대기 조성을 알아내려고 남극 빙하를 파 들어가거나, 수백년 전 화산 폭발 때 대기에 분출된 먼지 입자의 양을 계산하려고 석양을 묘사한 옛 그림을 연구하는 것 등이 그런 예다.
김창모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원을 비롯한 4명의 대기오염 연구자들은 도시 뒷골목에 흔한 거미줄에 주목했다. 거미줄에는 운 나쁜 벌레들뿐 아니라 미세입자나 중금속 등 환경오염 지표물질도 걸려들 것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초 서울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주변 건물에서 ‘말꼬마거미’가 쳐둔 거미줄에 전자현미경과 분광기를 들이댔다. 거미줄에는 규소, 알루미늄, 칼슘, 마그네슘 등의 원소로 이뤄진 입자들이 매달려 있었다. 모두 토양 성분이었다. 차량 배기가스에서 주로 나오는 납, 니켈, 크롬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도로에서 불과 20m 남짓 떨어진 곳이지만 차량 오염원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 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를 23~25일 인제대에서 열리는 대기환경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그는 “거미줄을 대기오염 입자들의 기원과 대기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연구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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