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잡아라
염료감응 태양전지 잇단 성과…고에너지 빨간빛 흡수 관건
“햇빛의 가시광선은 ‘빨주노초파남보’ 파장으로 이뤄졌지요. 이 모든 빛을 전자를 만드는 데 남김없이 활용하는 태양전지야말로 꿈의 태양전지겠지요. 특히 빛의 밀도가 가장 높아 가장 많은 전자를 만들어내는 빨간빛을 잘 잡아내는 태양전지 만들기가 중요합니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닮아 차세대 태양전지로도 불리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고재중 고려대 교수(세종캠퍼스 신소재화학과)는 5일 “여러 파장의 햇빛을 잘 흡수해 더 많은 전자를 배출하는 화합물질을 만드는 게 연구자들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 연구팀은 최근 햇빛에 잘 반응하는 화합물과 준고체의 전해질을 넣어 독자적으로 만든 염료감응 태양전지판으로 세계 수준의 7.31% 효율(광자 100을 받아 전자 7.3개를 생산)을 구현했다. 이런 성과들은 <안게반테 케미>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 분야에선 여러 색깔을 내면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전자를 생산하는 물질을 ‘염료’라고 부른다. 식물 엽록소처럼 햇빛에 반응하며 전자를 만드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 방식보다 값이 훨씬 싸 차세대 기술로 손꼽혀 왔다. 휘기도 하고 투명해 건물 유리벽으로 쓸 수도 있다. 1991년 스위스 그레첼 박사가 처음 구현했으나 상용화는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당연히 연구자들은 햇빛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화합물 분자를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성분도 중요하지만 색깔도 중요하다. 고 교수는 “흔히 검은색 염료가 빛을 가장 많이 흡수한다지만 그 빛을 전기로 바꾸는 성질까지 지닌 검은 염료를 만드는 일은 쉽잖다”며 “지금까지 우리 연구실에서 100여종 염료를 만들었는데 빛도 잘 흡수하며 전자도 잘 만들어내는 화합물의 색깔은 빨강”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강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염료와 파랑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염료를 섞어 쓰는 식의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은 실험실에서 25%, 실제 태양전지판에선 7% 가량까지 구현했으며, 개발 중인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실험실에서 11~12%, 태양전지판에선 5% 수준을 구현하는 상태다.
최근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해 발표한 박남규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태양전지연구센터)는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다 대체하진 못하더라도 투명하고 여러 색을 내는 장점을 지녀 대형 건물의 유리벽을 태양전지판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전자통신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등에서도 한창 연구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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