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소로 몇배 에너지 생성은 ‘난센스’
“물(H₂O)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하는 건 간단한 기술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와 산소 혼합가스를 태울 때엔 너무 빨리 타기 때문에 거꾸로 타들어가 전해조(전기분해 통)가 폭발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꽃이 타들어가는 속도를 늦춰 주려고 휘발성 유기물을 섞어 쓰지요. 이렇게 섞으면 수소·산소의 발열량의 몇 배나 되는 발열량이 생깁니다. 유기물이 타며 생기는 발열량이 추가되기 때문이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수소에너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산소 혼합가스로 몇 배의 에너지를 만들어냈다’는 국내 한 기업의 신기술을 두고 “없는 에너지가 새로 생기는 법은 결코 없다”며 “유기물 발열량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소와 산소가 2 대 1 비율로 섞인 혼합가스는 흔히 ‘브라운 가스’로 불리는데, 순도 높은 수소와 산소가 이상적 비율을 이뤄 금속 세공, 용접 절단이나 소각로 잔재 융용처리 같은 친환경기술에 쓰이고 있다.
그런데 브라운 가스는 그대로 쓰기 어렵다. 도시가스 같은 연료는 연소에 필요한 산소를 공기 중에서 얻기 때문에 연료 공급관엔 연료만 들어 있지만, 브라운 가스는 다르다.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물 분해 때 함께 생겨 섞이기 때문에 수소 불꽃이 연료 공급관을 따라 거꾸로 타들어가 전해조가 폭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브라운 가스를 태울 때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헥산·펜탄 같은 휘발성 유기물을 섞는다. 산소 비율을 떨어뜨려 불꽃이 타들어가는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원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은 “헥산이나 펜탄 같은 유기물을 섞으면 발열량이 500% 이상 더 생긴다는 게 이 분야의 상식”이라며 “마치 수소·산소만으로 추가 에너지가 생긴다고 착각해 이를 ‘제4의 에너지’나 ‘에너지 혁명’ 등으로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전기에너지 100을 써서 만든 수소·산소 혼합가스로 500의 열에너지를 만들어냈다면, 그 차이엔 휘발성 유기물이 타면서 생긴 발열량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다른 연구자는 “브라운 가스라 해서 특별한 특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종원 단장은 “브라운 가스를 용접이나 환경기술 등 특정 용도로 쓰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보일러나 발전기 같은) 가정용, 산업용 대체에너지로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면 에너지 보존 법칙을 벗어난 과대선전”이라며 “투자자들이 문의할 때마다 이런 사실을 말해주지만 잘 믿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