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 고등과학원 교수
국제등급 2계단 껑충…2014년대회 신청 마쳐
기초과학 최대무대 경쟁 치열…“도약의 계기”
기초과학 최대무대 경쟁 치열…“도약의 계기”
“또다시 꿈은 이뤄질 겁니다!” ‘지구촌 수학자들의 올림픽’으로 통하는 국제수학자대회(ICM)를 한국에 유치하려고 한국 수학계가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한국의 수학 등급이 하위권인 ‘그룹Ⅱ’에서 상위권인 ‘그룹Ⅳ’로 2단계나 껑충 뛰어올라 국제 수학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이번엔 국제수학연맹(IMU)에 2014년 대회를 서울에서 열겠다는 유치 신청서를 냈다. 한국 수학이 그야말로 기염을 토하며 급속 상승 중이다.
유치위원장을 맡은 박형주 고등과학원 교수(수학·사진)는 17일 “기초과학 최대의 국제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면 수학 후발국에서 시작해 이제 세계 12위의 수학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유치 경쟁국인 브라질, 캐나다, 싱가포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우리만의 유치 전략을 짜느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수학자대회는 수학계 거장들이 모두 참석하는데다 개막식 때 ‘수학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개최국 국가원수가 직접 수여해 세계 뉴스의 눈이 쏠리는 지구촌 수학 축제다. 이 대회에선 현대 수학이 다 풀지 못한 난제들이 제시되는가 하면 수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는 여러 토론과 일반 전시행사가 열린다. 근래엔 국가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화제가 됐다. 2002년 중국 대회 때엔 장쩌민 당시 주석이 개막식이 열린 3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으며, 2006 스페인 대회 때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페인 국왕이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품격 높은 학술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국 수학자들이 대회 유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 무렵. 당시 대한수학회 회장이던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은 “국제수학연맹 회의 때 다른 나라 수학자들이 한국도 대회를 유치할 만한 나라라고 북돋아 줘 대회 유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자신감은 확고하지 못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의 수학 등급은 하위권인 그룹Ⅱ였고, 게다가 1993년엔 국가 등급을 그룹Ⅲ으로 올려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된 아픈 기억도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무렵 대한수학회가 조사를 해 보니 한국의 수학 논문 수가 무려 세계 12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Ⅳ에도 들 만한 수준이었다. “국가 등급 2단계를 한번에 올려 보자”는 도전이 수학계에서 일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고심 끝에 2단계 승급 신청서를 냈는데 뜻밖에 여러 나라들이 크게 호응해 거뜬히 그룹Ⅳ로 올랐다”고 회고했다. 국가 등급이 한번에 2단계나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수학 후발국에선 꿈꾸기 어렵다던 수학자대회 유치도 현실로 영글기 시작했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브라질에선 룰라 대통령이 대회 유치를 지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국제 학계에서 홍보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2010년 인도 대회에 이어 다시 아시아에서 열자는 제안에 대한 국제 수학계의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의 유치 전략은? 박 교수는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대회를 열어 ‘후발국 수학자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대회로 치르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위원회는 1천명의 후발국 수학자를 서울 대회에 초청하겠다고 공약했다. 분단국인 점을 고려해 북한에도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치위원회는 민간 기금과 함께 정부의 유치 지원 예산(20만달러)도 확보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면, 우리 사회에서 수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청소년도 많아지고 한국 수학의 국제 위상도 크게 오를 것으로 수학자들은 기대한다. 더 큰 효과는 수학이라는 인류의 오랜 과학·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우리 사회도 직접 목격하며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수학연맹은 내년 4월 말 집행위원회를 열어 2014년 개최국을 결정한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국제수학연맹의 국가등급 현황
한국 수학자들이 대회 유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 무렵. 당시 대한수학회 회장이던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은 “국제수학연맹 회의 때 다른 나라 수학자들이 한국도 대회를 유치할 만한 나라라고 북돋아 줘 대회 유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자신감은 확고하지 못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의 수학 등급은 하위권인 그룹Ⅱ였고, 게다가 1993년엔 국가 등급을 그룹Ⅲ으로 올려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된 아픈 기억도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무렵 대한수학회가 조사를 해 보니 한국의 수학 논문 수가 무려 세계 12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Ⅳ에도 들 만한 수준이었다. “국가 등급 2단계를 한번에 올려 보자”는 도전이 수학계에서 일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고심 끝에 2단계 승급 신청서를 냈는데 뜻밖에 여러 나라들이 크게 호응해 거뜬히 그룹Ⅳ로 올랐다”고 회고했다. 국가 등급이 한번에 2단계나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수학 후발국에선 꿈꾸기 어렵다던 수학자대회 유치도 현실로 영글기 시작했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브라질에선 룰라 대통령이 대회 유치를 지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국제 학계에서 홍보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2010년 인도 대회에 이어 다시 아시아에서 열자는 제안에 대한 국제 수학계의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의 유치 전략은? 박 교수는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대회를 열어 ‘후발국 수학자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대회로 치르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위원회는 1천명의 후발국 수학자를 서울 대회에 초청하겠다고 공약했다. 분단국인 점을 고려해 북한에도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치위원회는 민간 기금과 함께 정부의 유치 지원 예산(20만달러)도 확보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면, 우리 사회에서 수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청소년도 많아지고 한국 수학의 국제 위상도 크게 오를 것으로 수학자들은 기대한다. 더 큰 효과는 수학이라는 인류의 오랜 과학·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우리 사회도 직접 목격하며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수학연맹은 내년 4월 말 집행위원회를 열어 2014년 개최국을 결정한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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