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유전체 해독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당장에 우리 몸을 속속들이 알게 돼 맞춤의료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자동기기가 개인 유전체를 자동으로 해독해 사람마다 다른 염기서열 차이를 다 드러낸다 해도, 현대 의·과학 지식이 그런 염기서열 차이(변이)가 어떤 의미인지 다 파악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내는 과학기술 전문잡지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를 보면, 개인 유전체 연구는 의료에 크나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거기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질병과 관련해 알려진 유전자의 기능은 아직 너무 적어 유전체를 해독해도, 숨어 있거나 알지 못하는 더 많은 개인의 질병 요인은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개인마다 다른 염기 변이들엔 위험한 변이도 있지만 무해한 변이, 도움이 되는 변이 등 여러 다른 기능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개인 유전체의 질병 정보도 그동안 알려진 만큼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동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은 “같은 낱말이라 해도 겨울에 내리는 ‘눈’과 우리 몸의 ‘눈’의 뜻이 다르듯이, 유전체 염기 정보를 안다고 그 뜻을 충분히 아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전자 하나가 여러 기능을 하기도 하고 하나의 기능을 여러 유전자들이 연합해 하기도 하는 ‘유전자 기능의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 유전체 연구자들은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수년 안에 극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박종화 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장은 “대부분 질병의 유전 인자들에 대한 분석이 아주 빠르게 이뤄져 5년 정도 안에 수많은 의사나 생물학자들이 유전체 방법으로 질병 인자를 찾아내고 기능 분석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민 이길여암당뇨연구원 박사는 “환자와 정상인 수천명의 유전체를 비교하는 대규모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이런 한계들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 유전체 정보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종화 센터장은 “유전체 정보가 대중화하면 취업, 보험, 결혼 등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며 “유전체 정보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대책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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