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무임승차한 박쥐 한 마리가 끝내 날아가지 않고 발사 전과정을 함께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보도했다.
NASA 측은 발사 당시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정밀분석한 결과 발사 전부터 몇시간 째 외부연료 탱크에 달라붙어 있던 박쥐가 우주선이 카메라에서 사라진 마지막 순간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카운트다운 내내 박쥐가 방향을 조금씩 바꾸긴 했지만 날아가진 않았다"면서 "적외선 사진을 보면 이 박쥐는 예상과 달리 얼어죽지 않고 살아 있었으며 로켓이 화염을 뿜으며 발사대를 떠난 순간에도 우주선에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NASA 측은 야생동물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것이 큰귀박쥐이며 왼쪽 날개가 부러졌고 오른쪽 어깨나 팔목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박쥐는 디스커버리호가 궤도를 향해 급상승하는 과정에서 곧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된 케네디 우주센터는 플로리다의 메릿섬 야생동물보호지와 같은 지역에 있어 우주선 발사대에는 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을 쫓기 위한 장치들이 갖춰져 있지만 이 박쥐는 엔진이 점화된 후에도 꼼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쥐는 연료탱크의 위쪽 3분의1에서 4분의1 부분에 붙어 있었는데 탱크가 초저온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 부분의 표면 온도는 14~21℃였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했다.
NASA의 최종점검팀은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될 때 이 박쥐가 떨어져 나가면서 민감한 외부단열재에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지 계산한 결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996년 우주왕복선 엔데버호 발사 때도 박쥐가 외부연료탱크에 붙어 있다고 발사 직전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엔데버호에 타고 있던 일본 우주인 와카타 코이치는 이번 디스커버리 호에도 탑승, 두번이나 박쥐와 함께 우주선을 탄 유일한 우주인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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