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홍길 포스텍 교수(생명과학)
무료 공개 온라인 학술지 창간
‘아이비시’ 편집장 남홍길 교수
‘아이비시’ 편집장 남홍길 교수
‘지식의 공개와 공유’를 내건 색다른 과학 학술지가 국내에서 처음 창간됐다.
한국생물정보시스템생물학회와 국가핵심연구센터협의회,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는 최근 “온라인으로 발간되는 영문의 국제 학술지 <아이비시>(ibc7.org)를 창간해 기존 학술지와 달리 참여·개방·공유의 정신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융합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로, 구독료 없이 누구나 과학 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공개 접근(오픈 액세스)’을 표방한 과학저널이다. 그동안 세계 과학계에선 논문 저작권을 지닌 <네이처>, <사이언스> 등 출판사들의 값비싼 구독료 정책에 반대해, 과학 논문을 공개·공유하자는 학술운동이 이어져 왔으며 그 영향으로 <플로스>(PLoS.org) 같은 이름난 국제 학술지들이 몇몇 창간됐으나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편집장을 맡은 남홍길 포스텍 교수(생명과학·사진)는 7일 “과학 지식은 인류가 나눠야 할 자산”이라며 “인터넷 발전으로 참여와 정보 공유의 세상이 됐듯이, 과학 지식도 소수 과학자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저널을 창간했다”고 말했다. ‘웹 2.0’의 참여·개방·공유를 구현하는 ‘과학저널 2.0’인 셈이다. 편집진엔 노벨상 심사위원인 올로프 베리그렌 박사(명예위원) 등 외국인 과학자 6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참여했다.
저널 운영에도 기존 학술지에서 보기 드문 시도들이 이뤄진다. 먼저 기존 학술지들이 성공한 연구 결과만을 주로 전하는 데 견줘, 이 저널은 “애초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한, 이른바 ‘부정적 연구’도 논문으로 적극 실을 계획”이다. 남 교수는 “예상에서 빗나간 연구라 해도 남들한테 새로운 통찰이나 생각을 전해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논문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 현장에선 갖가지 경험과 지식, 생각을 얻곤 하는데, 기존 논문들엔 형식에 얽매인 내용만 담게 된다”며 “연구 현장의 소중한 경험과 지식이 전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 자유 형식의 논문도 적극 장려해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논문들에다 회원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달아 평가하도록 한 ‘공개 심사’를 도입한 점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런 ‘형식 파괴’는 과학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라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국제 학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신선한 시도가 되리라고 편집위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남 교수는 “공유·공개 저널들이 더 늘어나 비싼 과학저널을 구독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연구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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