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30일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인플루엔자 백신 세계학회’에 참석한 성백린 교수. 성백린 교수 제공.
성백린 교수가 전한 ‘국제 인플루엔자 백신학회’ 표정
“학회가 열리기 직전 터진 신종 인플루엔자 소식에 세계 각지에서 온 인플루엔자 백신 전문가들이 긴장했고 ‘백신의 대응 전략'은 뜨거운 화두가 됐습니다.”
지난달 27~30일 프랑스 깐느에서 20여개국 8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인플루엔자 백신 세계학회'에 참석하고 귀국한 성백린 연세대 교수(생명공학부)는 5일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학회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올해가 세번째다.
무엇보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궁금했다.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추가 감염이 약간 더 일어난 뒤 슬그머니 사라진다는 시나리오, 둘째 대규모 사망을 일으키는 대유행병으로 발전한다는 시나리오, 셋째 사망률은 낮지만 많은 사람을 감염하는 유행성 독감으로 남는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세번째가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학회 내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것이 왔다'는 경각심이 흘렀다고 성 교수는 말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의 감염·사망이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300여명이 숨져 사망률 60% 이상을 기록했지요. 피해는 컸지만 다행히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은 아니었습니다.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을 12년 동안 경계했던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피로증'까지 얘기할 정도였는데, 신종 바이러스가 분위기를 확 바꾸고 말았습니다.”
성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가 H5N1에 견줘 사망률이 크게 낮다는 점으로 볼 때, 1918년 스페인독감 이래 100여년 동안 사람도 H1N1형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력을 확보한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냈다.
그는 백신의 대응 전략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H5형에 대응하는 백신 등을 기존의 유행성 독감 백신에 추가로 담아 사람의 적응·면역력을 점차 높이는 여러 방안들도 검토할 수 있다”며 “완전하진 않겠지만 대유행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부분적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현행 독감 백신은 기존의 H1N1형과 H3N2형, 인플루엔자 비(B)형 바이러스를 ‘3종의 항원'으로 채택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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