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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날씨, 80여년만에 가장 냉랭”

등록 2009-05-20 11:52수정 2009-05-20 23:42

강한 태양풍으로 지구자기장 교란을 일으켜 위성통신 장애 등 사태를 초래했던 2003년 10월 당시의 태양흑점 영상. 강력한 흑점이 눈에 띈다.(왼쪽) 최근인 지난 3월27일에 촬영한 무흑점 태양 표면의 모습.(오른쪽) 천문연구원 제공
강한 태양풍으로 지구자기장 교란을 일으켜 위성통신 장애 등 사태를 초래했던 2003년 10월 당시의 태양흑점 영상. 강력한 흑점이 눈에 띈다.(왼쪽) 최근인 지난 3월27일에 촬영한 무흑점 태양 표면의 모습.(오른쪽) 천문연구원 제공
미국 우주날씨예보센터, 새 활동주기 진입 예측
‘무흑점’ 현상 26개월째…지구 냉각효과 기대도
“흑점 없는 태양의 조용한 새 출발?”

태양 표면에 흑점이 나타나지 않는 ‘무흑점' 현상이 2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태양 활동이 한 주기를 마치고 새 주기에 접어들었으며 2013년 5월께 극대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 8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우주날씨예보센터는 기존 예측을 대폭 수정한 태양 활동 예보를 이렇게 밝혔다. 예보센터는 24번째 주기에 든 태양 활동이 “1928년 이래 가장 조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태양 날씨 예보 쉽잖네” 수정 거듭

이번 예보는 논란을 거듭한 끝에 나왔다. 저명한 태양물리학자 12명이 태양 주기를 예측하기 위해 2006년 우주날씨예보센터 안에 ‘24번째 태양주기 예측패널'을 구성했으나 일치된 예측을 내놓지는 못했다. 예측패널의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 이곳에선 무려 45가지 예측을 다뤘다. 예측은 그동안 두 갈래로 갈려 팽팽히 맞서왔다. 하나는 다음주기가 2011년 10월에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다른 쪽은 2012년 중반에야 극대기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예보에선 합의가 이뤄졌다. 예측패널은 “23번째 주기가 2008년 12월 극소기를 지났다”며 “24번째 주기는 2013년 5월께 흑점이 90개에 이르는 극대기를 맞을 것이지만 이번 주기에 태양 활동은 평균 이하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주기는 평균 11년 주기보다 긴 ‘12년 7개월'로, 1823년 이래 가장 긴 주기로 기록됐다.

2년여 논란을 거듭한 끝에 나온 예보이지만 앞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조경석 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장은 “더 정확한 예보는 흑점 활동 상승기에 이뤄져야 하기에, 앞으로 1~2년 뒤에나 24번째 주기의 정확한 예측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용재 경희대 교수(우주과학)는 “지난번 예보가 이번에 크게 바뀌었는데, 그만큼 태양 예보도 기상 예보처럼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흑점과 주변을 상세히 보여주는 태양 표면 사진이다. 머릿결처럼 이글거리며 출렁이는 태양 홍염들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2002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공개
흑점과 주변을 상세히 보여주는 태양 표면 사진이다. 머릿결처럼 이글거리며 출렁이는 태양 홍염들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2002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공개

■ ‘26개월 무흑점' 신기록은 아니다


24번째 태양 주기가 새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여전히 무흑점 현상이 2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무흑점'이란 태양 표면에 흑점이 한 달 동안 10개 이하로 나타날 때를 이르는데, 흑점이 많을수록 태양 활동은 활발하기 때문에 무흑점이란 태양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태임을 뜻한다.

26개월째 무흑점을 두고선 ‘이상 현상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태양 연구자들은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26개월 무흑점은 사실 신기록이 아니다. 태양 흑점 주기를 매기기 시작한 1750년대 이래 ‘70개월 이상 무흑점'이 나타난 일도 있기 때문이다.

‘1928년 이래 가장 조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흑점의 극대기와 극소기가 11년 주기로 거듭하지만, 길게 보면 11년 주기도 80년마다 강약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른바 80년 주기설이다. 김록순 천문연 연구원은 “1928년 이래 활동 최저기를 맞은 이번 주기는 80년 주기설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용한 태양, 지구 식힐까?

태양 활동이 당분간 저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일부 물리학자들 사이에선 지구 냉각 효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태양 활동이 저조하면 지상에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이 늘어나는데, 우주방사선은 대기 중에서 ‘구름 씨앗'으로 작용해 구름을 많이 만들어 햇볕을 차단하는 ‘냉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용재 교수는 “일부 물리학자들은 24번째 주기 동안 지구를 식히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박병소 서강대 명예교수(물리학)는 “우주방사선이 늘면 성층권 기온은 오르고 대기권 기온은 내린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기후변화 연구자들은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가 태양 활동보다는 온실가스의 영향 탓에 생긴다고 보고 있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에서 20세기 중반 이래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할 때 태양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에 산업화로 급증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문용재 교수도 “여러 자료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온난화에 끼치는 태양 효과와 온실가스 효과 중에서 1990년대 이전까지는 태양 효과가 눈에 띄었으나 1990년대 이후엔 온실가스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태양활동과 흑점

태양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가장 흔한 기준은 태양 흑점의 개수다. 흑점은 태양 표면에서 강한 자기장이 모인 곳인데, 이 강한 자기장 지역의 온도는 태양 표면의 다른 곳(섭씨 6천도)보다 낮아(4천도), 지상에선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흑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흑점이 많을수록 태양 활동은 왕성하다. 태양 폭발이 잦아져 고에너지 입자를 분출하는 태양풍도 강해진다. 태양 표면의 초대형 폭발은 수소폭탄 100만개가 터지는 것과 맞먹을 정도다. 태양풍은 지구자기장 교란(‘지자기 폭풍')을 일으킨다. 하지만 태양풍이 강할수록 눌린 지구자기장이 방패 구실을 하면서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은 줄어든다.

위의 영상은 흑점과 주변을 상세히 보여주는 태양 표면 사진이다. 머릿결처럼 이글거리며 출렁이는 태양 홍염들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흑점은 대개 지구 행성 정도의 크기다. 2002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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