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파이로 프로세싱’ 핵 재처리냐 재활용이냐

등록 2009-07-14 20:18수정 2009-07-14 20:18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자들이 방사능 차폐시설과 로봇팔을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차세대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자들이 방사능 차폐시설과 로봇팔을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차세대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설익은 기술, 농익은 논란
한-미 원자력협정 뜨거운 감자
“경제성·기술적 난제 따져봐야”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협상이 10월 무렵부터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 개정 협상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처리(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이 민감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핵확산 위험물질인 플루토늄을 따로 추출하지 않은 채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가공해 핵연료로 재활용하려는 파이로 공법의 본격 연구개발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쪽은 파이로 공법이 핵확산 우려가 큰 ‘재처리’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원전에 우라늄 농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은 국내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를 통제할 권한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핵확산 우려가 가장 낮은 기술”이며 이 기술이 ‘재처리’가 아니라 평화적 ‘재활용’이라는 점을 부각해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정부는 파이로 공법과 함께 파이로 핵연료를 태울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함으로써, 핵연료 효율을 높이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크게 줄인다는 원자력 연구 방향을 세워왔다.

하지만 국내 핵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연구개발 단계인 파이로 공법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 전문가는 “파이로 프로세싱이 꿈의 기술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그렇게 훌륭한 기술이라면 왜 미국이나 일본에선 도입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하며 “미국에선 1960년대부터 개발해온 기술이지만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이 기술이 사실상 ‘재처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파이로 핵연료를 쓰는 고속증식로가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현실에선, 거액을 들여 핵확산 우려를 무릅쓰고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 처리를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 혼합물과 고방사능 물질인 세슘·스트론튬 등 핵분열 생성물질을 따로 중간저장해야 하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증식로는 기술적 난제들과 경제성 문제를 지녀 대체로 20~30년 안에 본격 상용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핵확산 저항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핵확산 분야 권위자인 프랭크 본 히펠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2005년에 핵확산 저항성 측면에서 파이로 처리공법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습식 재처리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해, 미국의 원전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익명의 전문가는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파이로 핵연료에서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성과 원전 정책 측면에서도 다른 견해가 나온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파이로 핵연료를 쓴다면 경수로 원전 2대당 고속로 1대씩을 더 건설해야 하고, 고속증식로에서 나오는 최종 폐기물을 어찌 처리할지 등 문제들이 새로 생긴다”며 “파이로 공법이 경제성 있는 원전 사업인지 심각히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로 공정은 단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원자력 정책과 연계된 사안”이라며 “연구개발은 해야 하고 중요하지만 실험실의 관심사를 국가 정책으로 삼으려면 국민 공감대를 먼저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철우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