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향기
1979년 처음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 로봇은 달에서만 제련할 수 있는 ‘루나티타늄(건다리움)’이라는 초합금으로 만든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우주에서는 지구보다 더 뛰어난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상상력이 만들어 낸 가상의 물질이지만, 과학자들은 우주공간에서 실험한다면 ‘만화영화 같은’ 신소재를 정말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실험을 하러 우주로 나갈 수는 없는 일. 결국 과학자들은 지상에 인공우주를 만들어 실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국내에도 최근 인공우주실험실이 등장했는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인공우주를 구현한 ‘정전기식 공중부양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우주공간과 비슷하게 ‘진공과 무중력의 공간’을 만드는 장치로, 세계에서는 8번째라고 한다.
진공은 펌프로 공기를 뽑아내면 되지만, 중력은 자기장, 또는 전기장을 걸어서 상쇄한다. 50mg의 시료라면 0.00005N(뉴턴)의 전기적인 힘을 위로 쏴주는 식이다. 중력은 사실 재료과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인데, 지구에선 실험물질을 꼭 어딘가에 ‘올려’ 두어야 하며, 액체는 용기에 담아야 한다. 다른 물질이 닿아 있으니 당연히 실험결과에 오차가 생긴다. 녹는점이 섭씨 3033도에 달하는 오스뮴(Os) 같은 물질은 담아둘 용기조차 없어서 실험이 불가능하다.
이런 장치를 활용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2년 인공우주실험실에서 ‘비결정질 금속’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는데, 금속이 깨지는 이유는 물질이 결정 형태로 굳어 있기 때문인데 비결정 금속은 결정을 이루지 않아 잘 깨지지 않는다. 이 기술은 현재 전차의 장갑판, 대포알의 탄두, 고탄력 테니스라켓 등 다양한 첨단물질을 만드는 데 응용되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진도 2006년 비슷한 실험장치를 이용해 전기저장량을 30배나 늘린 배터리용 신물질을 개발했다.
과학향기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