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발사체 개발을 했습니다. 정말 오래 노력했는데 실패냐 성공이냐는 고작 10분 안에 판가름납니다. 발사하고 나면 공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나라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더군요. 공허감보다는 감동이겠지요. 지금,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성공’이라는 말 하나만 머릿속에 있어요.”
나로호(KSLV-Ⅰ) 발사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박정주(사진) 발사체계사업단장은 “우주발사체 개발은 처음이라 모두 힘들었지만, 러시아와 함께하며 많은 기술과 경험을 얻었고 힘들기도 했다”며 개발 7년 만에 찾아온 나로호 발사를 앞둔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발사가 자력발사 단계는 아니며 우주개발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자력 발사 아니지만 우주개발 시작 의미”
“성공·실패 얘기 안해 수염 안깎고, 종교의지”
-지난 7년을 돌아보시면?
“우주발사체는 다들 처음이었죠. 경험 쌓고 시행착오를 배워야 했습니다. 발사체라는 게 기술 난관이 아주 많은 분야라 적은 인력으론 안 됩니다. 외국에선 종업원 1만명을 갖춘 곳도 꽤 있지요. 우리는 적은 인력으로 지름길을 찾으려 했고 러시아라는 경험자와 함께하려 했어요. 국제협력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가장 애먹었던 일은?
“8t 추진력을 지닌 킥모터(상단부 로켓)를 개발할 때 지상 연소시험을 합니다. 2006년 3월, 연소시험 하다가 큰 폭발사고가 났지요. 뒤쪽으로 화염을 분사해야 하는데 앞쪽에서 터져버렸어요. 시험시설이 다 망가지고 타버렸지요. 60초 동안 연소를 견뎌야 하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아마 30초쯤 지나 터졌지요. 잔해만 남아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상당히 힘들었어요.”
-나로호 1단은 러시아가 설계·제작했습니다. 나로호 발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러시아 도움을 받았지만 나로호가 ‘한국 첫 우주발사체’라는 것은 맞아요. 아직 우리 실력이 안 돼 자력발사 단계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자력 발사는 2018년 ‘한국형 우주발사체’라는 다음 단계에서 이룰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까요?
“한국이 자기네 발사체를 쏘았다, 하지만 1단은 국산화하지 못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겠지요. 우리는 다음 단계의 개발계획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나로호는 우주개발의 시작점입니다. 다음 단계에서 그게 완성될 것이고요.”
-한·러 기술협력으로 우리는 무엇을 얻었습니까?
“(나로호 개발을) 우리 힘만으로 하려 했다면 어마어마한 일이었을 겁니다. 1단은 러시아가 제작했지만, 우리도 발사체 시스템 설계에 참여하고 발사장을 구축하고 국내 기업들이 동참하고 궤도 설계를 하고 등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험과 기술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다 경험해봤다는 것, 그래서 다음에는 우리끼리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런 게 중요하지요.”
-우주발사체 개발만의 고유한 어려움이 있겠지요?
“발사체는 대형이고 복잡합니다. 사용되는 기술이 다 극한기술이지요. 극한기술이라는 뜻은, 예를 들어 엄청난 추력을 내야 하면서도 소재가 엄청 가벼워야 한다는 (서로 모순된)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리야 튼튼하게 건설하면 되지만 발사체는 다릅니다. 무거우면 안 올라가고 가벼우면 터집니다. 터지기 직전까지 깎아 무게를 낮춰야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상반된 기술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것이 굉장한 노하우입니다.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과 예산, 일정을 모두 설계하고 운영하는 ‘시스템 기술’이 필요하지요.”
-발사를 앞두고 연구자들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발사를 앞두고는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얘기만 나와도 재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기원하며 수염을 깎지 않는 분도 있고, 종교에 의지해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박 단장은 “발사체 연구자들은 자기가 맡은 작은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 망가지니까. 자기 부분을 완벽하게 하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연구자 가족들도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전했다.
대전/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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