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를 하루 앞둔 18일 오후 전남 고흥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나로호가 기립장치(이렉터)와 결합된 채 서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각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나로호 발사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고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서거소식 한때 술렁…“고인 뜻 잇는 사업” 결론
점검 차분히 진행…발사시각 오후 5시께 될 듯
점검 차분히 진행…발사시각 오후 5시께 될 듯
18일 발사 예행연습과 현장 점검을 마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는 예정대로 19일 오후 5시 무렵에 발사된다.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과학기술부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선 나로호를 예정대로 발사할지 긴급회의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교과부가 밝혔다. 김중현 교과부 제2차관은 나로우주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발사를 그대로 추진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유족 쪽에서 기술적 문제를 판단해 정부가 결정하라는 말을 전해왔고 나로호가 이미 발사대에 장착된 상황에서 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발사 성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과부 긴급회의에선 나로호가 7년 동안 한국·러시아 기술협력으로 추진해온 과학기술 프로젝트인데다 나로호 사업 자체가 고인의 뜻을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견해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나로호 사업을 처음 시작한 때가 김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2002년인 만큼, 나로호 발사는 그 유지를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부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던 나로우주센터에서도 발사를 26시간가량 남겨두고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놀라면서도 예정된 점검 일정을 차분히 치렀다. 우주센터엔 조기가 게양됐다. 이날 현장 점검은 발사체, 지상설비, 자동발사 체계 등 각 부문에서 발사 상황과 같은 순서로 진행됐으며, 한·러 기술진은 밤늦게까지 점검 결과를 검토하며 발사일에 대비했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엔 이날 구름이 조금 끼고 아침엔 잠시 약한 안개비가 내렸으나 온종일 대체로 맑은 날씨를 나타냈다. 우주센터 안팎에선 벌써 발사일 분위기가 연출됐다. 국내외 취재진을 위해 나로우주센터 들머리의 우주과학관에 마련된 우주과학관 프레스룸에는 사전등록한 70여개 언론사 소속 120여명이 아침부터 몰려들기 시작했고, 외나로도 지역엔 취재·사진 기자 550여명이 몰렸다. <에이피>(AP), <교도통신> 등 외신기자 9명도 프레스룸에 등록했다.
고흥군 지역엔 발사 성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우주센터로 가는 길에는 ‘나로호 발사! 고흥의 새로운 미래!’ 같은 글귀가 적힌 펼침막들이 여기저기 내걸려 지역 주민의 기대를 드러냈다. 우주센터 주변에선 통행제한이 실시됐다. 봉래면 우주센터로 가는 길목에선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으며, 봉래면 신금리 봉래중학교 지점부터는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우주센터 부근엔 지역 주민이나 비표를 지닌 관계자와 취재진만이 출입할 수 있다. 우주센터 안에서도 발사장으로 가는 길은 군경이 막고 있다. 공군은 나로호 발사일에 에프-15케이 등 전투기 4대를 고흥 인근 상공에 보내 공중 초계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발사될 나로호 발사체의 개발사업은 2002년 8월 처음 시작돼 항공우주연구원이 2004년 10월 러시아 우주개발업체 흐루니체프사와 발사체계 기술협력계약을 맺으면서 본격화했다. 2단형 위성발사체인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으며 2단은 국내에서 개발했다.
김민경(고흥) 오철우 기자, 연합뉴스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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