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절반의 성공] 다시 보는 발사 과정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발사된 25일, 팽팽한 긴장이 감돌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선 ‘정상 궤도 진입 실패'가 확인되자 한국·러시아 기술진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새로 개발한 발사체의 첫번째 발사로는 괜찮은 성적이라는 위안 섞인 자평도 나왔다. 긴박하게 진행된 나로호 발사 순간과 ‘짧지만 길고 길었던' 나로호의 비행을 다시 되짚어 보았다.
■ 발사중지 악몽에 자동발사 초긴장 오후 1시께 나로호 발사를 총괄·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가 나로호 1단에 130t에 달하는 추진제를 채워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행 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뜻했다. 발사대에 수직으로 서 있던 나로호 1단의 추진제 탱크엔 오후 3시께부터 1시간여 동안 주변 저장탱크에 있던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가 서서히 주입됐다. 박정주 발사체계사업단장은 “드럼통 크기의 로켓 연소실에선 케로신과 산소가 뒤섞인 연료가 1초에 300㎏씩 연소(100t 추력 기준)되며 섭씨 3000도의 엄청난 화염과 추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연료 충전을 끝낸 나로호는 지상과 작별을 고할 준비를 마치고 발사 명령만을 기다렸다. 오후 4시10분께부터 발사체를 지지하던 기립장치(이렉터)마저 제거되기 시작했다. 오후 4시44분께, 발사지휘센터는 ‘발사해도 좋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발사' 사인이 떨어지자 이제 나로호 발사는 사람 손을 떠났다. 15분 전인 4시45분께부터 ‘자동발사'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하며 초읽기를 시작했다. 지난번 발사 중지의 ‘악몽'을 뒤로한 채 초읽기는 긴박하게 계속됐다. ■ 이륙! 음속 돌파로 치솟아 비상 이륙 3.8초 전, 1단 엔진이 점화됐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로켓 화염이 142t 추력에 이르자, 발사대는 마침내 나로호를 놓아주었다. 발사체에 전기에너지 등을 공급하는 여러 배관들의 ‘케이블 마스터'(흰색 긴 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상과 발사체를 이어주다 이륙 순간 떨어져 나갔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케이블 마스터는 발사체가 지상을 떠나는 순간에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발사체 탯줄’로도 불린다”고 전했다. 고흥과 제주 추적소, 해상의 비행추적 선박에선 추적레이더, 광학추적장비 등을 가동해 점점 가속도를 높여가는 나로호의 우주비행을 좇으며 비행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로호는 55초 만에 음속을 돌파하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맨 먼저 위성보호덮개(페어링)가 215초 만에 고도 177㎞에서 떨어져나갔다. 고도 193㎞ 지점에 이르러 1단 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1단과 2단이 분리됐다. 임무를 마친 1단 발사체는 필리핀 인근의 태평양 바다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한국 2단 로켓의 첫 우주비행 1단에서 분리된 2단 로켓(킥모터)은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와 연결된 킥모터는 이륙 395초에 고도 300㎞ 부근의 우주공간에서 점화돼 8t 추력의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주공간에 처음 나온 한국산 2단 로켓은 반쪽짜리 경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예정보다 36㎞ 높은 342㎞의 우주공간에 과학기술위성 2호를 놓아버린 것. 어떤 연유로 예정 고도를 벗어났는지, 과학기술위성 2호는 현재 우주공간의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전 카이스트 위성연구센터 지상국은 최근 새단장을 마치고 26일 새벽 위성과 처음 교신할 채비를 해왔던 터라, 위성 개발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 발사중지 악몽에 자동발사 초긴장 오후 1시께 나로호 발사를 총괄·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가 나로호 1단에 130t에 달하는 추진제를 채워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행 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뜻했다. 발사대에 수직으로 서 있던 나로호 1단의 추진제 탱크엔 오후 3시께부터 1시간여 동안 주변 저장탱크에 있던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가 서서히 주입됐다. 박정주 발사체계사업단장은 “드럼통 크기의 로켓 연소실에선 케로신과 산소가 뒤섞인 연료가 1초에 300㎏씩 연소(100t 추력 기준)되며 섭씨 3000도의 엄청난 화염과 추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연료 충전을 끝낸 나로호는 지상과 작별을 고할 준비를 마치고 발사 명령만을 기다렸다. 오후 4시10분께부터 발사체를 지지하던 기립장치(이렉터)마저 제거되기 시작했다. 오후 4시44분께, 발사지휘센터는 ‘발사해도 좋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발사' 사인이 떨어지자 이제 나로호 발사는 사람 손을 떠났다. 15분 전인 4시45분께부터 ‘자동발사'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하며 초읽기를 시작했다. 지난번 발사 중지의 ‘악몽'을 뒤로한 채 초읽기는 긴박하게 계속됐다. ■ 이륙! 음속 돌파로 치솟아 비상 이륙 3.8초 전, 1단 엔진이 점화됐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로켓 화염이 142t 추력에 이르자, 발사대는 마침내 나로호를 놓아주었다. 발사체에 전기에너지 등을 공급하는 여러 배관들의 ‘케이블 마스터'(흰색 긴 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상과 발사체를 이어주다 이륙 순간 떨어져 나갔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케이블 마스터는 발사체가 지상을 떠나는 순간에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발사체 탯줄’로도 불린다”고 전했다. 고흥과 제주 추적소, 해상의 비행추적 선박에선 추적레이더, 광학추적장비 등을 가동해 점점 가속도를 높여가는 나로호의 우주비행을 좇으며 비행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로호는 55초 만에 음속을 돌파하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맨 먼저 위성보호덮개(페어링)가 215초 만에 고도 177㎞에서 떨어져나갔다. 고도 193㎞ 지점에 이르러 1단 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1단과 2단이 분리됐다. 임무를 마친 1단 발사체는 필리핀 인근의 태평양 바다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한국 2단 로켓의 첫 우주비행 1단에서 분리된 2단 로켓(킥모터)은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와 연결된 킥모터는 이륙 395초에 고도 300㎞ 부근의 우주공간에서 점화돼 8t 추력의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주공간에 처음 나온 한국산 2단 로켓은 반쪽짜리 경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예정보다 36㎞ 높은 342㎞의 우주공간에 과학기술위성 2호를 놓아버린 것. 어떤 연유로 예정 고도를 벗어났는지, 과학기술위성 2호는 현재 우주공간의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전 카이스트 위성연구센터 지상국은 최근 새단장을 마치고 26일 새벽 위성과 처음 교신할 채비를 해왔던 터라, 위성 개발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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