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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페어링 때문에 나로호 방향ㆍ속도 못내

등록 2009-08-26 14:44수정 2009-08-26 14:51

방향 틀어져 속도 느리지만 진입궤도 86㎞ 높아져
1.2단 로켓은 아무문제 없어..책임소재 논란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아쉽게도 목표궤도에 탑재 위성을 안착시키지 못했다.

나로호의 정상궤도 진입 실패는 위성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나로호의 1단과 2단 분리, 위성 분리는 예정된 시점과 고도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분적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페어링이 문제 = 나로호 상단(2단) 로켓 윗부분에 부착된 페어링은 이번 발사에서 이륙 216초후 고도 177㎞에서 한쪽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나머지 한쪽은 상단에 붙은 채로 위성 분리시점까지 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페어링의 미분리는 나로호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점화, 연소종료, 분리 등 각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가운데서도 '위성의 목표궤도 진입'이란 나로호 발사체의 임무 수행을 막아 선 것.

이렇게 된 문제의 핵심은 페어링의 무게였다. 페어링 한쪽의 무게만 위성의 4배에 달한다. 이런 무게는 2단 로켓이 목표궤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방향을 뒤흔들어놓았고 동시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게 했다.

1단 로켓은 정확한 시점과 고도에서 임무를 완수했다. 이후 남은 2단 로켓은 예정대로 이륙 395초 후에 303㎞ 정상고도에서 문제 없이 점화했고 59초 동안 정상으로 연소했다. 하지만 상단의 페어링의 무게 때문에 로켓의 진행 방향이 수직으로 잘못 잡히면서 연소종료 시 2단 로켓의 고도는 정상(302㎞)보다 훨씬 높아진 327㎞까지 상승한다.


또한 끝까지 남아 있는 페어링의 무게로 인해 방향이 틀어짐과 함께 2단 로켓의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륙 540초후 위성이 분리되면서 나머지 페어링도 분리됐지만, 속도가 떨어진 2단 로켓은 분리 시 위성에 충분한 가속도를 주지 못했다.

결국 분리된 위성은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초속 8㎞)보다 낮은 초속 6.2㎞의 속도밖에 갖지 못했고 이런 속도로는 공전궤도 진입을 할 수 없었으며 급기야 밑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더 받아 지구로 낙하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목표궤도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위성은 안착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떨어진 속도가 결국은 공전궤도 진입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또한 수직으로 잘못 잡아진 방향으로 인해 이륙 660초 후 위성과 2단 로켓은 정상궤도보다 무려 86㎞ 높아진 고도 387㎞에 도달하게 됐고 이후 지상으로 낙하하게 된다.

◇책임소재 논란 = 이처럼 페어링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발 파트너인 러시아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페어링은 한국-러시아 계약에 따른 업무분장 상에도 우리 측이 맡고 있는 부분이다. 페어링은 간단히 보더라도 우리가 순수기술로 개발한 나로호 2단(상단) 로켓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나로호 1단 액체연료추진기관은 전적으로 러시아 측이 맡은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 2단 로켓은 점화부터 시작해 음속돌파, 1단엔진 정지명령, 1단 분리, 2단 점화, 2단 연소 진행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발사에서 나로호는 오후 5시00분 00.23초에 정확히 이륙했다. 이어 페어링 한쪽의 미분리를 제외하고는 1단엔진 정상종료(이륙후 230초), 1.2단 분리(이륙후 233초), 2단 킥모터 점화(이륙후 395초), 킥모터 59초 동안 정상연소 등 1, 2단 로켓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위성분리 시점까지 계속 붙어 있었던 한쪽 페어링으로 인해 2단 로켓은 궤도에서 목표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속도는 훨씬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제 페어링이 궤도진입의 실패 원인으로 꼽히면서 두 가지 쟁점이 제기된다.

먼저, 이륙 이후 가장 먼저 이뤄지는 페어링 분리조차 제대로 안 된 것을 놓고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페어링 분리와 무관하게 1, 2단 로켓이 제대로 기능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절반 혹은 부분적' 성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성이 지상으로 낙하하고 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실패'라는 축에 훨씬 기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페어링을 놓고 불거질 한국과 러시아 간 책임소재다. 이 부분은 한국과 러시아 간 협정과 관련된다. 협정상 한국이 나로호의 두번 시험발사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 측으로부터 별도의 비용 없이 나로호 발사체 1기를 더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책임이 완전히 없는 것으로 진단될 경우에도 러시아가 무상으로 나로호를 제공할 것인가가 남는다.

이에 대해 김중현 교과부 2차관은 "페어링 부분은 한.러 계약에 따른 업무 분장상 우리가 담당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러 공동개발 과정에서 러시아는 총괄적 기술지원을 맡고 있다"며 "앞으로 공동으로 원인을 조사해 해결방안을 검토해 조치하게 된다. 한러 위원회를 통해 긴밀히 협의체제 유지하면서 그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 나로호의 두번째 시험발사를 시도한다.

또한 2018년까지 한국형발사체 개발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나로호 2차 발사를 성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 교과부 김중현 2차관 문답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제2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나로호 궤도진입 실패 이유로 "상단 페어링 분리에 이상이 있었다"며 "과학기술위성의 4배가 되는 페어링 한쪽이 붙어 있어 위성이 궤도 방향을 못 잡고 속도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현재 과학기술위성의 위치에 대해 "위성은 무게중심을 잃으면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거의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차관 등 일문일답

--어제는 부분성공이라 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로켓 1단과 2단 모두 분리에 성공했다. 다만 아쉽게도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못해 킥모터가 추진력을 확실하게 유지할 수 없었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자세가 되면서 제어불능으로 인해 궤도진입을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발사체 기능과 시스템 등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성분리를 성공이라고 했는데 (페어링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

▲페어링의 한쪽 무게가 위성 무게의 4배에 달한다. 페어링의 분리 여부에 대한 (어제) 방송에서 혼선이 있었다.

(박정주 단장) 발사후 3분 36초에 페어링이 분리되는데 그때 상황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4분4초께 이러저런 얘기를 듣고 방송을 한 것이다. 페어링이 분리될 때 하나만 분리되고 하나는 붙어 있었다.

실제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온 것은 540초 후에 위성이 분리되면서이다. 이때 상황판에 불이 들어왔다. 방송 해설자가 착각을 했다.

--노라드(NORAD. 북미대공방위사령부) 통해서 궤도정보를 습득했나

▲(박정주 단장) 어제 발사한 것은 노라드에 등록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위성은 (지상으로) 낙하한 것이 거의 확실해 수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어제는 왜 발표하지 않았나

▲정황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다. 밤새 데이터를 분석했고 전체적인 검토를 해서 오늘 발표한 것이다.

--노라드에 등록이 안 됐다면 노라드가 (위성) 정보를 못 얻은 것인가

▲(박정주 단장) 노라드는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면 탐지하는 것으로 위성 수신이 안 될 경우 노라드를 통해 위성이 어디에 있는 지 본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노라드도 탐지 못한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면 된다.

--위성이 최종 낙하하기 전까지 발사체와 위성의 궤적은 추적이 되나

▲그렇다

--페어링 분리 실패 이유는

▲(페어링 분리는) 고난이 기술이다. 분리된 부분에 대한 성공 이유가 있으니 (분석을 통해) 분리가 안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위원회에서 근거를 가지고 분석을 하면 확실한 방안이 나올 것이다.

--(페어링 한쪽이 붙어있었다면) 더 무거웠을 텐데 어떻게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가 있나

▲위성이 궤도 위로 올라간 것은 상승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 아니라 위성궤도 진입을 위해 궤도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데 페어링이 떨어지지 않은 채 붙어 있다 보니 무게중심이 맞지 않으면서 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발사 실패 원인이 한국 쪽에 있는 것인가. 우리 쪽에 책임이 있다면 향후 발사는 어떻게 되나

▲페어링 부분은 계약상 우리가 담당하는 부분이다.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개발했고 러시아는 모든 총괄책임이 있다. 공동으로 조사해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조치한다. 한.러 위원회에서 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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