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화 때 초고속 반도체 가능
‘꿈의 트랜지스터'로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시돼왔던 ‘스핀 트랜지스터‘가 실제 작동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세계 처음으로 입증했다. 물꼬를 트는 획기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으나 영하 196도의 실험조건에서 이뤄져 실용화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7일 “스핀트로닉스연구단의 장준연·구현철 박사 등 연구팀이 지난 20년 동안 세계 과학·산업계에서 이론으로만 제시돼온 ‘스핀 트랜지스터’의 전기적 작동을 처음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성과는 세계 과학저널 <사이언스> 18일치에 발표된다.
기존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전하(-)만을 논리 정보로 이용해 전하의 양으로 0과 1 신호를 구성했으나, 스핀 트랜지스터는 전하와 함께 스핀(전자의 자전 방향) 정보를 ‘시계 방향이면 0, 반대 방향이면 1’ 식으로 인식해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고집적과 초고속 처리가 가능하며, 부팅 없이 바로 실행되는 새 개념의 컴퓨터 시피유(CPU)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왔다. 미래 양자컴퓨터의 핵심 요소로도 꼽힌다.
전자 스핀 정보로 논리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은 1990년 미국에서 처음 제시된 이래 여러 나라들에서 치열한 연구 경쟁이 이어져왔으나 어떤 조건에서도 실제 구현되진 못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전자가 스핀 성질을 잃지 않은 채 통과할 수 있는 자성금속과 반도체 물질을 정밀한 반도체 박막 성장기술(MBE)로 만들어냄으로써 스핀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는 많다. 장준연 박사는 “이번 실험은 전자 스핀의 제어가 수월한 영하 196도에서 이뤄졌다”며 “상온 작동을 실현하는 것과 여러 트랜지스터를 조합해 연산 소자를 만드는 게 연구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원 쪽은 “우리나라가 차세대 트랜지스터에서도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집중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에 대해, 이경진 고려대 교수는 “스핀 트랜지스터 소자가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처음 입증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성과”라며 “하지만 대량생산 상용화는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김상국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와 자성금속 계면을 원자 단위에서 제어해 세계 처음 시연한 것”이라며 “컴퓨터 등에 응용하려면 실온에서 작동하는 물질계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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