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 솔란키 박사
태양물리학 세계 석학 솔란키 박사 인터뷰
“태양 활동이 지구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구 에너지의 99%가 외부에서 오고, 태양 에너지는 그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하지만 근래의 지구 온난화 속도는 태양 활동 주기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도 또한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양물리학 분야의 석학인 사미 솔란키 박사는 28일, 지난해부터 이어진 태양의 활동 침체와 무흑점 현상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영향은 있겠지만 지금의 기후 변화에 주요 요인은 아닐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태양계 연구 부문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경희대 우주과학과에 석학 초빙교수로 와 있는 그를 만나 태양과 지구 기후의 관계에 관해 물었다.
때마침 한국천문연구원이 주관하고 유엔과 미항공우주국·유럽우주국 등의 후원으로 지난 21~25일 대전 유성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유엔 기초 우주과학과 태양 연구 워크숍’에서 여러 나라 학자들이 ‘태양 활동 주기와 기후 변화 주기는 뚜렷하게 상관 관계를 이룬다’는 분석을 잇따라 발표해, 온실가스를 온난화 주범으로 지목하는 과학계 주류의 결론과 미묘한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이유 충남대 교수는 근래의 태양 활동이 오랫동안 무흑점을 나타낸 17세기 때와 비슷한 패턴을 나타낸다며 “앞으로 수십년 동안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와 태양 활동 침체에 의한 냉각 효과라는 상반된 힘이 겨루는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솔란키 박사는 “기나긴 시기를 돌아볼 때 태양이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하며,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으로 지구 기온이 0.2도가량 변한다는 것도 명백히 관찰된다”며 “하지만 강력한 태양 폭발이 일어나도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0.04도에 불과할 정도로 변화 폭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수천년 동안 지구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최근 1세기엔 무려 0.8도가 올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특히 지난 30~40년 동안 태양 활동은 줄었는데도 기온은 오히려 0.4도나 올라, 온난화 속도는 온실가스의 영향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태양 활동이 침체하는 극소기가 900일 넘게 이어지고 흑점 없는 현상이 지속하는 데 대해 여러 우려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는 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수십년의 1세대 시간으로 보면 지금의 태양 활동 침체는 특별한 현상일 겁니다. 하지만 400년 또는 수천년의 시간으로 보면 오히려 지난 수십년 동안의 태양 활동이 이례적일 정도로 활발했고, 그래서 지금의 태양 활동 침체가 통상의 모습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요.” 그는 “(무흑점이 특별한 현상인지는) 앞으로 몇년 동안의 태양 활동 변화를 지켜봐야 좀더 분명해질 것”이라면서도 “미래를 예측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용인 대전/글·사진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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